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덜컥 엄마가 되었기에 여러모로부족한 엄마였던 것 같지만 이제 훌쩍 커버린 아들과 친구같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아들과 나는 공통점이 많다.
우리는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는 같이공연을보러 다닌다. 아이가 중학생이었을 때 메탈리카 내한 공연을 보고 싶어 했는데 같이 갈 친구가없다고 속상해했다. 메탈리카 공연이라면 엄마가같이 가주겠다고 했더니 아이는 놀라는 눈치였다.(사실 이전까지는 헤비메탈을 좋아했던 나의 과거를 아들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메탈을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두 편이나 보면서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우리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를 보고 요리를 배운 아들의 스테이크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훨씬 맛있다. 나도 책과 TV로만 요리를 배웠는데 우리 가족은 내가 해주는 음식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보다 훨씬맛있다고 한다.
우리는 둘 다 예민하다.
우리 둘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지없이몸에 탈이 난다. 우리가 장염이 걸리거나 소화 불량,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향이 비슷한 우리는 아직도 티격태격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니 죽이 맞아서 잘 지내다가어쩌다가한 사람이 잔소리를 하면(잔소리는 주로 내가 한다.^^) 투탁 투탁 싸우기도 하면서 지낸다.
어제 아들이 화장품샘플을 하나 줬다. 자기가 써봤는데좋다면서 엄마도 한번 써보라고 했다. 어렸을 때는 다정한 아이였는데 사춘기를 지난 후에 과묵해진 아들의다정한 모습이오랜만이라 감동을 받았다.아들이 준 팩을 바르고 울컥하는 감동을 느끼며 행복하게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왠지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기분도 좋아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었더니 아들이 멋쩍은 듯이 웃었다.
그때는 그 멋쩍은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오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백화점에서 오만 몇천 원을 사용했다는신용카드문자가 날아왔다. 산책을 간다던 아들이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내 카드로 화장품을 결제한 것이었다. 그제야내가 어제 받은 화장품 샘플이 오만 원짜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은 절대 철이 들지 않는다고하던데 내가 잠시 착각을 했니보다. 샘플을 써 본 후 정품을사고 싶은데용돈으로는버거우니 엄마 찬스를 사용한 것이었다.
이 조그만 샘플이 오만 원짜리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오래 붙이고 있을 걸 그랬나 보다.
아들이 준 화장품 샘플(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제품 로고는 지웠음. )
25년을 키웠지만 오늘도 또 배운다.
아들과 나는 취향이 비슷하지만 아들의 머릿속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던기억이 나서 픽 웃었다.
그나저나 요즘 이십 대들은 자신을 가꾸는 것에 참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스킨과 로션만 바르면 끝인데 우리 아들은 팩도 하고 수분 크림 같은 것도 바른다. 아들의 이런 면은 누구를 닮은 건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