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rt 클래식 기타

by 아르페지오

은퇴를 한 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기타를 마음껏 치는 것이었다.

십 대에 클래식 기타에 빠져 살았는데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내 꿈을 잊고 살았다. 한두 번씩 다시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미련은 버리지 못해서 30년도 더 된 기타를 소중히 모셔 놓고 있었다.


은퇴를 했으니 얼마든지 기타를 쳐도 된다는 생각에 악보집을 하나 구매했다.

오래전부터 박주원의 집시의 시간이라는 곡을 치고 싶었는데 악보를 찾지 못했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시작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찾아보니 박주원이 직접 발간한 악보집이 있었다. 버젓이 악보집이 있었는데도 찾지 못하고 악보ㅂㄷ같은 사이트에서 악보를 구매하려고만 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악보집을 받아 들고 정말 어린아이 같이 기뻤다. 나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66854998


그런데 그 설렘은 잠시만에 끝나버렸다. 악보집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 실력으로는 칠 수가 없었다. 박주원이 워낙 실력이 출중한 기타리스트이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곡이 내 실력을 훨씬 뛰어넘은 어려운 곡이었던 것이다.

절망에 빠져 있다가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바꿔먹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박주원이 직접 연주하는 영상을 찾아서 보고 또 보면서 운지를 익히고 악보를 떠듬떠듬 보기 시작했다. 같은 영상을 계속해서 봐야 하니 광고가 너무 거슬렀다. 결국 유튜브 구독을 신청하면서 유튜브 구독을 왜 하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영상을 수십 번 보고 나니 악보를 읽을 수 있었다. 떠듬떠듬 읽어내면서 악보에 운지를 적었다. 일단은 2 페이지만 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악보에 운지를 모두 적었다.

https://youtu.be/Qb1Vdkdp57M

그런데 유튜브 영상으로 운지를 다 파악하고 나니 박자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너무 빠른 곡이고 집시 풍의 곡이라 엇박이 많아서 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음악을 조금 느리게 틀어서 들어보면 박자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휴대폰에 있는 여러 개의 뮤직 플레이어의 설정을 살펴보았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삼성 뮤직 플레이어에서 재생 속도 설정 기능을 발견했다. 0.7배 정도로 틀어보니 내가 따라 칠 수 있는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삼성 뮤직 플레이어로 느리게 틀어서 구간 별로 들어보면서 열심히 연습 중이지만 생각보다 실력은 늘지 않았다. 내가 너무 난이도가 높은 곡을 목표로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박주원이 치는 것의 반의 반만큼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다시 슬럼프가 왔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 오래된 로망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뮤직 플레이어를 반대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내가 치는 것을 녹음을 한 후 뮤직 플레이어에서 2배속의 속도로 들어보았다.

빠르게 재생해서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속도만 빠르게 하면 비슷한 곡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삼성 뮤직 플레이어 설정 메뉴 (재생 속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 가능)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단 몇 퍼센트의 끈기가 더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천재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했기에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곡을 완성하는 것에 무슨 데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너무 어려운 곡을 고른 것이 아닌지 조금 후회는 되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불가능하면 어떤가. 그래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한번 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 목표가 아닌 나의 만족을 목표로 오늘도 나는 이 곡을 연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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