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혹은 콤플렉스

by 아르페지오

자매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있다. 항상 비교당하고 경쟁을 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사람들이 동생의 미모를 칭찬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냥 동생이 예쁘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엄마랑 동생은 예쁜데 언니는... 하고 말끝을 흐렸다. 예쁜 동생의 외모만 칭찬하면 되는데 괜히 나를 걸고넘어져서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외모가 출중한 동생 때문에 항상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내가 정말 못생긴 줄 알았다.


중학교 때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 애들이 꽤 있었다. 못생긴 나를 왜 좋아할까 의심하면서 그 애들의 진심을 외면했다.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연년생 동생과 같이 다녔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나는 ㅇㅇ의 언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너무나도 예쁜 동생 때문에 나는 언제나 ㅇㅇ의 언니로만 존재했다.


그런데 동생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배정되어서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후 내 외모도 꽤 괜찮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좋다며 고백하는 남자 애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나를 좋아했던 애들도 진심이었는데 베베 꼬인 내가 못되게 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엄마 친구들은 내 외모를 비하했을까?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왜 어린 내게 그렇게 큰 상처를 줬을까? 왜 밖으로 뱉어내면 안 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을까?


동생과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어린 시절 내내 시달리던 외모 콤플렉스에서 조금 자유로워졌지만 십오 년 넘게 시달린 외모 콤플렉스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그놈의 콤플렉스는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나를 괴롭혔다. 대학교 내내 연애를 하지 않은 이유도 아마 콤플렉스 때문일 것이다.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외모로 상대방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자리는 웬만하면 피해 다녔다. 외모가 별로인 나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동생들이 말 끝마다 '언니는 예쁘잖아'라고 할 때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는 살면서 예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녀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언니의 외모는 꽤 괜찮은 편이라고, 언니가 입사했을 때 이쁜 언니가 들어왔다며 다른 팀에서 구경까지 왔었다고." 서른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내 외모가 평균 이상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나이 서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였다.


어린 시절 자매는 서로 경쟁을 하고 비교를 당하면서 자란다. 자매 간의 비교와 경쟁은 지나치지만 않다면 좋은 점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선을 넘게 되면 콤플렉스를 만들게 된다.


나는 물욕이 별로 없었다. 이십 대부터 부모를 부양하느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지 원래부터 물욕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명품 백을 메고 와서 면전에서 자랑을 해도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그저 저 사람은 비싼 물건에서 행복을 느끼나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명절 때 동생이 명품 백을 들고 오면 이상하게 거슬렸다. 평소에 내가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동생의 백이 며칠 동안 아른거렸다. 명절 증후군과 겹쳐서 기분이 나쁜 상태가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그때는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동생에게 질투와 분노를 느꼈던 것이었다. 부모를 부양하느라 언니는 한 푼도 쉽게 쓰지 못하는데 보란 듯이 명품 백을 메고 온 동생에게 화가 났던 것이었다.


작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오십 이년 만에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되었고 친정 식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큰 사건들이 있은 후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나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연년생 동생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것이 싫었던 나는 아이를 하나만 낳았다. 하나만 낳아서 맘껏 예뻐해 주고 맘껏 사랑해 주었다. 절대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으면서 키웠다. 유년시절의 콤플렉스가 성인이 된 후에도 나의 많은 부분을 지배했던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빠르게 흡수한다. 부모가 혹은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에 아이는 상처를 받고 흉이 지게 된다. 그때 생긴 흉이 콤플렉스가 되어 평생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남편으로부터 사회생활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