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 독립일지 6

엄마와 딸 6

by 아르페지오

엄마의 차 사고로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한 후 한집에서 엄마와 대면대면하게 지냈다. 필요한 말만 하고 될 수 있으면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엄마와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주어 담지 못할 말들을 퍼부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처분했다. 차 키를 숨기고 화를 내도 소용없으니 없애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남들은 내게 독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책임져야 했던 28년의 세월은 내게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었다. 겨우 6개월의 화풀이로는 치유되지 못할 만큼 아프고 힘들었다. 3대가 모여사는 집에서 나는 끊임없이 참고 배려하며 살았다. 그런데 정작 가족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았다.


내가 독하게 나오니 엄마도 나를 조심하는 눈치였다. 집안에서 될 수 있으면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복지관에 가서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집에 들어오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불쑥 내게 말을 걸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냐고 이렇게 지내는 것은 너무 불편하니 나가서 따로 살게 해달라고 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엄마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지금 내게 따로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해 주고 생활비까지 달라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엄마는 돈이 없으니까 네가 해주어야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참고 있었던 감정이 폭발해서 난생처음 욕을 했다. 나도 모르게 영화에서 들었던 욕들이 뛰어나왔다. 오십 평생 처음으로 해 본 욕이었다. 내가 ATM 기계인 줄 아냐, 대체 나한테 왜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거냐, 부모이면 자식 한데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것이냐 쌓였던 분노를 마구 퍼부었다.


백번을 생각해도 엄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28년 동안 아버지와 엄마를 부양하면서 쓴 돈을 보여주었다. 억울해서 생활비를 송금하던 통장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엄마 앞에 내던지면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라고 했다.


그제야 엄마가 내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가족 단톡방에 들어가서 동생에게 엄마 집을 마련해서 따로 살게 하라고 통보했다. 앞으로 엄마 생활비도 둘째인 네가 모두 부담하라고 했다. 동생에게도 그동안 나 혼자 감당했던 생활비 통장 내역을 보냈다.


엄마와 갈등이 생기면서 동생에게도 분노가 치밀었다. 어쩌면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을까? 언니가 엄마를 모시고 사는데 생활비라도 보태야 하는 것 아닐까?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언니에게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생활비 한번 주지 않은 동생에게 화가 났다


혼자 배려하고 참고 인내하며 보낸 28년의 세월이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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