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소설> 엄마의 인생 4

by 아르페지오

군자씨 딸 둘은 강남에서 유치원, 국민학교(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군자씨와 같은 대학에 갔다.


군자씨가 정성으로 기른 딸들은 중학교 때까지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공부를 좋아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딸들은 여전히 성실했고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전교 석차는 자꾸만 밑으로 내려갔다. 불안해진 군자씨는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녀들은 모두 애들이 고등학교에 가니 철이 들어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성적이 올랐다고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자씨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학부모 한 명이 군자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그녀는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다들 불법 과외를 하고 있는데 몰랐냐고 물었고 관심이 있다면 과외 선생님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군자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호의를 베풀어 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군자씨가 살고 있던 강남 아파트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있었다. 군자씨가 살고 있는 삼십 평 아파트 단지에는 은행원, 회사원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살고 있었다. 물론 강남 8 학군 동네에 사는 이들은 평범한 직장인은 아니고 은행 지점장 혹은 회사에서도 부장급 이상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동네에서 하층 계급에 속했다. 그리고 바로 옆 대형 평수 단지에는 부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직업은 사업가, 의사, 혹은 변호사 같은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자신의 힘으로 반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던 군자씨의 큰딸은 고등학교에 간 이후 전교 등수가 10등 밖으로 밀려났다. 학교 선생님한테 불법 과외를 받았던 친구들은 시험 문제를 미리 받은 후에 시험을 보았으니 군자씨 딸의 등수가 떨어진 것은 당연했다. 성적의 진실을 알게 된 군자씨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밀려 난 딸의 등수가 자신의 불찰인 것만 같았다.


군자씨는 남편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과외 선생님 연락처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다짜고짜 고액 과외비를 요구했다. 당시 과외는 불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과외 선생님은 대부분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학교에서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으로 행해졌던 과외비는 군자씨 남편 월급과 맞먹는 액수였다.


공부를 잘하던 딸이 과외를 못해서 성적이 떨어진 거라는 말에 군자씨 남편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군자씨 남편은 급하게 대출을 받아서 한 달 치 과외비를 마련했다. 그리고 다음 달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에 손을 댔다. 그러나 경제관념이 없고 돈 쓰는 것만 배운 군자씨 남편에게 주식은 마약과 같았다. 돈을 넣으면 넣을수록 통장 잔고는 바닥을 향해 달려갔다. 어제 산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해서 오늘 추가로 매입을 하면 주가는 바닥을 치곤 했다. 조금만 더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군자씨 남편은 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를 계속했다.


몇 달 후 군자씨 딸은 엄마, 아빠가 자신의 과외비 문제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바로 과외를 그만두었다. 엄마에게 끌려가서 억지로 하고 있는 과외였는데 자신의 과외비 문제로 매일 엄마와 아빠가 다투니 하기 싫던 과외가 더 싫어졌던 것이다. 몇 달 만에 과외비는 필요 없게 되었지만 군자씨 남편은 주식 투자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여태까지 본 손해가 막대해서 손실을 메꿔야 대출 이자도 내고 원금도 갚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자씨 남편이 주식을 사면 살수록 손해만 계속 불어났다. 신용 대출이 막히자 집까지 담보로 잡아서 주식 투자를 계속 이어갔지만 신은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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