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소설> 엄마의 인생 6

by 아르페지오

큰 딸네 집에서 사위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군자씨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매일 빈속에 소주를 퍼부었고 담배를 하루 종일 피워댔다. 갓 태어난 손주가 있는 집이었지만 군자씨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마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어서 미친 척 연기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큰 딸과 사위는 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피신했다. 방이 두 개뿐인 집에서 여섯 식구가 같이 지낼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군자씨네 가족은 큰 딸의 신혼집을 3개월 넘게 독차지했다. 길고 긴 여름방학이 끝나자 둘째 딸은 근로 장학생 신청을 하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매일 술에 취해있는 아버지도 견딜 수 없었고 매일 울고 있는 엄마도 보기 싫었던 둘째는 부모에게서, 그리고 그녀에게 닥친 불행에서 이렇게 도망쳤다.


시댁에서 지내고 있던 큰 딸은 동생이 기숙사로 가자마자 신혼집으로 돌아왔다. 시댁에서 계속 신세를 질 수도 없었고 동생이 없으니 각자 방 한 칸씩은 차지할 수 있었다. 다섯 식구의 어색한 동거가 다시 시작되었다.


군자씨 남편은 여전히 술을 마셔댔고 담배를 피워댔다. 사위는 어린 손주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장인과 매일 말다툼을 했고 큰 딸은 울음으로 매일 밤을 지새웠다. 산후 우울증에 집안 문제까지 덮쳐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큰딸은 아이를 제대로 품지 못했다. 그 틈새에서 군자씨는 자신의 할 일을 찾았다. 딸이 우울증에 빠져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니 군자씨가 손주를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세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큰딸은 출산한 지 한 달 만에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딸과 사위가 출근하면 군자씨는 손주를 돌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딸과 사위는 손주를 정성껏 키워주는 군자씨에게 고마워했다. 이제 군자씨에게는 할 일이 생겼고 딸네 집에서 당당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군자씨에게 남은 근심거리는 자신의 남편뿐이었다.


어색한 동거를 한지 일 년쯤 되었을 때 군자씨는 큰 딸에게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과거에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전력이 있고 지금은 증세가 더 심해져서 어린 손주와 함께 살면 위험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직장을 다녀서 하루 종일 집을 비워야 하는 큰딸과 사위는 정신병자가 집에 있다는 사실과 자신들의 아이가 정신병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딸네 부부는 즉시 병원을 알아보고 아버지를 입원시켰다.


일 년 만에 어색한 다섯 가족의 동거가 끝나고 이제 큰 딸네 신혼집에는 네 식구만 남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연작 소설> 엄마의 인생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