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소설> 엄마의 인생 10

by 아르페지오

한 집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 군자씨와 군자씨 딸은 끊임없이 부딪쳤다.


군자씨는 성격이 급해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것들을 다 꺼내놓고 하는 습관이 있었다. 요리를 할 때마다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액젓, 식초, 식용유 등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은 다 꺼내놓고 요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까지 끝난 후에도 어차피 다음에 또 쓸 것이니 그대로 놓고 외출했다.. 군자 씨가 나간 후 집에 혼자 남은 군자씨 큰딸은 점심 식사를 하려다가 너저분한 부엌부터 정리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부엌을 보는 순간 요리를 하고 싶지도 밥을 먹고 싶지도 않아서 점심 식사는 거르는 날이 허다했다. 다음 날 아침 군자씨는 손주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액젓, 식초, 식용유 통을 또 꺼내놓고 외출했다. 군자씨가 나간 후 외출했다 집에 온 군자씨 딸은 어수선한 부엌을 정리했다. 매일 한 사람은 늘어놓고 한 사람은 치우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성격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지내니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매일 군자씨가 늘어놓으면 군자씨 딸은 정리하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딸네 집의 살림을 혼자 도맡아서 했던 군자씨는 딸이 살림에 손을 대기 시작하니 짜증을 냈다. 오십 년 넘게 살림만 한 자신을 딸이 가르치려 하자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오십을 바라보는 딸도 엄마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 집이고 나만의 방식이 있는데 옛날 방식만 고집하는 엄마가 틀리다고 말했다.


부엌 하나에 주인이 두 명이니 애꿎은 부엌만 시달렸다. 오전에는 군자씨의 부엌이었던 곳이 저녁에는 군자씨 딸의 부엌이 되었다. 요리를 할 때마다 각자 스타일대로 부엌을 다시 세팅해야 하니 두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다. 제발 고쳐달라고 해도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고집하는 엄마와 매번 다툴 수 없었던 군자씨 딸은 눈과 입을 닫기 시작했다.


군자씨는 딸이 어릴 때도 항상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던 강한 엄마였고 딸네집에 얹혀살면서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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