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소설> 큰딸의 인생 7

by 아르페지오

희수가 아이를 낳고 퇴원해서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집에 있는 모든 물건에 빨간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은 지 2주밖에 안 된 희수는 기운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따지지도 못했다.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후 엄마가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주식으로 모든 재산을 다 날려 버렸다고,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없고 살 집조차 없다고 했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미역국을 끓여주면서 내내 어두웠던 엄마의 표정, 손주를 안고도 크게 기뻐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던 아빠의 표정, 몇 개월 전부터 내내 감돌았던 이상한 집안의 기운...


갓난아이를 데리고 언제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빨간딱지가 붙어있는 집에서 지낼 수는 없었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희수는 짐을 싸들고 시댁으로 갔다.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셨지만 그 끝에서 황망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희수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시부모님들은 더 황당하셨을 것이다. 방에 들어간 희수는 계속 울기만 했다. 울음을 그치려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울기만 하는 희수는 바라보던 남편은 화를 벌컥 내고 나가 버렸다. 희수 남편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렇게 될 지경이었으면 산후조리는 못해준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스물다섯 희수는 방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뇌가 작동을 멈춘 것처럼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산후우울증까지 겹쳐 희수는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어머니께서 손주를 정성껏 돌봐주셨고 아이를 봐서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희수를 다독여주셨다. 희수가 아이를 품은 때는 오직 모유를 먹일 때였는데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이토록 불안한 몸에서 나온 것을 아이에게 먹여도 되는지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의 따스한 볼, 조그만 손을 만지면서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고 희수는 출근을 하기로 했다. 60일의 출산 휴가가 주어졌지만 한 달쯤 지났을 때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언제쯤 출근할 건지 묻는 팀장님의 전화였다. 갑자기 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던 희수는 야근 수당이라도 챙겨야 했다. 아이를 낳은 지 겨우 한 달 만에 몸도 마음도 진창인 채로 희수는 출근을 하기로 했다.


희수가 시댁에서 머무는 동안 희수 아빠와 엄마, 그리고 희수 동생은 희수네 신혼집에서 지냈다. 은행에 압수당한 집을 비워줘야 했으니 당장 갈 곳이 희수네 밖에 없었다. 희수의 출근 날짜가 되자 희수네도 집으로 돌아왔고 6명의 가족은 스무 평도 안 되는 희수의 신혼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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