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료의 입사 25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호주에서 일하는 프리세일즈 팀 동료인데 입사했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으니 알고 지낸 지만 20년이 넘은 동료이자 친구이다.
나의 동료는 중국 사람인데 동양인 외모 때문에 친근하게 느껴진 탓인지 처음 교육에서 만난 후 바로 친해졌다.(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잘 모르는 백여 명의 외국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동양인같이 생긴 사람을 찾아서 옆에 앉게 된다.) 그 후로도 이메일로 가끔씩 안부를 물으며 친하게 지냈다.
우리 회사는 5주년 단위로 직원들의 입사 기념일을 기념해 준다. 다른 동료들의 5주년, 10주년 기념식은 많이 보았지만 25주년 기념식은 처음이었다.
호주도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라 이 동료의 입사 25주년 기념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그의 25주년을 축하해주고 싶은 전 세계 수십 명의 동료들이 축하 글과 사진을 보드에 글을 남겼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이벤트에도 수십 명의 동료가 참석해서 덕담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기념식이 있는 날이 휴일이라서 회의나 미팅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동료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미팅룸에 들어가니 시차 때문에 늦은 시간, 혹은 이른 새벽인데도 시간을 내서 기념식에 참석한 전 세계의 동료들이 있었다. 수십 명의 동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는 나의 동료는 행복해 보였다.
축하 인사를 건네었더니 너도 5년 더 근무해서 25주년을 꼭 채우라는 덕담을 해주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올해 은퇴하면 그들이 뭐라고 말할지 상상해 봤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어떤 사람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써야 할지 정리하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나의 동료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 나의 고충을 알리 없는 그들이 나의 퇴사 이메일을 받아보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한 회사에서 프리세일즈라는 직책으로 25년이나 근무한 동료가 부러웠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그를 Grand Master라고 부르는 동료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동료의 25주년 기념식 풍경이 자꾸만 생각났다. 나와 함께 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프리세일즈라는 나의 직업을 사랑하기에 같은 회사에서 25년을 근속할 수 있었던 그가 너무 부럽다.
참고로 내 동료는 62살이다. 예순이 넘어도 한자리에서 묵묵히 일할 수 있는 호주의 근무 환경도 부럽다. 과연 우리나라 회사에 60이 넘은 프리세일즈 엔지니어가 존재할까? 아마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어딘가에 그런 회사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