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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Feb 23. 2024

차맛어때 23주년 기념 차놀이

예술충동의 '쾌'

#茶놀이 #차맛어때23주년기념다회 #나홀로전야제

놀이는 순서와 룰이 있을 때 긴장감이 있다. 거기서 예술충동의 '쾌'가 솟구치듯 피어나는 것!


차맛어때 23주년 기념 차놀이를 하였다.

아주 작은 차호를 라서 지리산 화개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녹차를 우렸다.


이 차는 한 차나무에서 채취하였다고 하여 '단주차'라고 한다.  단주 녹차는 차의세계님께 얻은 소량의 차이다. 귀한 차를 차맛어때 생일다회 기념하여 집에서 차놀이 차로 우렸다.


새벽에 눈이 펑펑 왔었다.

그 눈을 맞으며 자정의 공기를 마셨다. 눈발 사이로 봄이 오고 있었다.


집 안의 차나무에는 이미 차순이 돋아나 있다.

봄은 이미 와 있는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삶도 그러한 것!



__________

* 이번에는 개인 사정상 생일 다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해서 혼자 미리 생일 축하 차놀이를 하였다. 훈자 놀기 진수 세포가 꿈틀꿈틀 하였다. 차놀이만큼 혼자서 놀기 좋은 놀이가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세팅한 후에 촬영하였다. 미처 다건을 준비해놓지 않았다. 평소에 쓰는 다건(찻자리 마른 행주)은 차호에 비해 너무 두꺼워서, 티슈를 접어서 대신했다. 공중 영상으로 이렇게 차놀이를 세팅한 후 찍어 본 것은 처음이다.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간혹 이렇게 차놀이 영상을 찍어도 좋을 듯싶다.


게발선인장이 샹들리에처럼 피어나서 다화로 사용하였다. 제주 흙으로 만든 옹기 화병과도 잘 어울렸다.





#차놀이_일지


* 단주차/ 지리산 화개 단주 차나무 잎

* 단주차 출처/ 차의세계님. 차행사를 기획하실 때, 우리나라에서도 단주로 차를 만들어 보면 어떤 맛일까? 하는 차원에서 의뢰해서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단주이니만큼 양이 많지 않고 소량이다. 그러므로 귀한 차다. 나는 마시지 않고 차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차맛어때 23주년 기념해서 맛을 보았다. 향긋한 봄내음이 셀렘을 주었다.






* 차놀이에 사용한 차도구는

진사차호/흙내솔내님 차호

백색숙우/흙내솔내님 숙우

찻잔/ 지리산 화개장터에서

도자기 다반/코엑스 차박람회에서. 차다반으로 쓰고 다식반으로 쓰고 다용도로 사용한다.

유리숙우/ 인사동에서

차칙과 차시/인사동에서

다화와다병/게발선인장과 제주옹기화병

진사퇴수기/ 차사발이지만, 차놀이 세팅에 깔맞춤 하여  퇴수기로 사용. 오래전에 인연 된 차사발.

돌차반/오래 전에 자연에서~^^

돌찻잔받침/영천 자천 계곡에서~~^^

다식/쿠키는 인터넷에서~~~^^





이렇게 출처를 밝힌 이유는 차도구 구입은 차도구를 파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막라하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맞게 또는 용도에 맞게, 심미안에 맞게, 물론 형편에 맞게도 중요할 것이다. 차도구는 일순간에 다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들고나며 축적된다. 점차로 귀가 열리듯이 눈도 그때의 자기 자신에 따라 열리거나 또는 인연 따라 열리는 것 같다. 차도구는 한 번에 축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세트 형태도 아름답지만 여러 차도구를 그때에 알맞게 조합해 보는 일은 내밀한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조합해 보는 것에서 차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차의 변화와 창작성도 같이 익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차도구를 선별하고 찻자리를 세팅하고, 이런 일련의 준비과정은 단순히 일이거나 노동만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안에서부터 피어나는 그리움 같은 것이 꽃처럼 피어난다. 이렇게 준비되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찻자리에서 차를 우리고 차를 마시면, 그 한 잔의 차맛이 온몸에 퍼지면서 환희감을 준다. 또한 이렇게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해 놓으면, 이 느낌은 영상과 사진 작업을 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그 느낌에 의하여 분위기 잡혀 글을 쓰게 된다. 글은 충동처럼 솟구치며 피어나는 그것을 잡고서 이어진다. 니체는 이러한 것을 '예술충동'이라고 하였다.


차도구의 출처를 늘 공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작가가 분명하다면 공개해 주는 것이 그 작가에게도 좋을 것이다. 또한 차의 출처도 그렇다. 반면 차의 출처를 늘 공개할 수는 없다. 그래서 포장지에 쓰여 있는 다원 또는 차창 이름과 차의 이름 및 차의 종류를 알려주는 것일 거다. 그런데 또 차의 출처를 늘 알려주기도 애매하다. 차의 종류만 말해놓은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이러한 모호한 줄타기에서, 그래도 그 자신의 일지 기록에서는 세밀하게 써놓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가 얼마나 차일지를 쓰겠는가! 나 역시 귀찮아서 간혹 생각날 때만 쓴다. 하지만 생각날 때만 쓴 그 기록이야말로 오히려 내공부였다. 하루하루 쓰는 것은 어렵지만, 어느새 차맛어때는 23살이 되었다. 나도 그만큼 세월을 먹었다. 그 시간 안의 들쑥날쑥한 것들의 틈을 메꾸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면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 년도 금방 가고 십 년도 금방 가더라. 책 몇 권 보면 가는 일 년이다. 젊어서는 잘 안 가는 시간이 나이 들면 금방이라더니 그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사람은 무엇이 좋은 것인 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좋은 것은 과정이 탄탄하지 않으면 금방 허물어진다. 좋은 것은 보여지는 것이다. 차놀이는 혹은 다회는 눈에 보인다. 직접 만나서 서로의 눈빛과 목소리와 웃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에서는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데 또한 가장 망가지기 쉬운 것도 바로 그것이다. 좋은 것은 금방 훼손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과정이 좋아야 한다. 차놀이도 차생활도 모두 그 준비와 같은 것. 가장 좋은, 가장 고상한 놀이 도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니체의 생각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였다.


차도구를 손으로 만질 때 드는 생각은 이러하다. 자주 사용하는 다구 말고 다른 다구들을 만지며 다구를 손질할 때는 마치 농부가 오래된 농사도구를 다시 손질하듯이 군인이 오래된 무기를 다시 손질하듯이, 그런 느낌이 든다. 다도구 손질은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하여 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찻자리의 긴장감은 전쟁터와 같고 이제 일구어야 할 농토와 같다. 그 긴장감은 바로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먼저 찾아 온다. 이상도 하지! 다도구를 고르고 손질하는 마음은 매번 그런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혼자서 찻자리를 펼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긴장감이 차를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한 번도 차 그 자체에 질린 적은 없었다. 차를 마셔도 늘 같은 감정으로 마시는 것은 아니다.  습관적으로 일상적으로 마실 때는 이러한 느낌은 반감되어 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충동에 이끌리는 것이다. 그럴 때면 매번 같은 충동을 느낀다. 그것은 오래된 기억처럼 그리움처럼 피어나는 환희다. 순수한 느낌 그대로의 기분이 된다. 그러면 웃음이 안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 기분에 의해 차를 지속하는 것일 거다. 그것은 사랑의 감정이다. 차가 나와 저 깊은 근원과 매개하는 충동의지는 바로 그것을 느끼게 한다.



#차맛어때_23주년을_진심으로_축하한다

#해서_나도_즐겁게_차놀이_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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