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을 하자. 비가 온 저녁에도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태양열 조명기구 성능이 좋았다. 아주 은은한 불빛이 텃밭 안에 퍼진다. 텃밭에 문명이 발을 들인 순간이다. 자연스러운 그대로의 상태에 대한 짧은 망설임은 있었으나 이웃텃밭들의 은은한 조명이 앙증맞게 귀여웠다. 그렇게 조명기구를 시간정원에 들였다.
텃밭은 관리되는 곳이고 관리되면 그만큼 텃밭은 이뻐진다. 사람 손이 한 번 가는 것만큼 텃밭은 그대로 그 손길을 그 자신에게 투영한다. 조명기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밤과 문명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그리고 밤이 없었다면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둠 역시 문명과 잘 어울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밤이 있었기에 인간의 '생각'과 '아이디어'도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밤이 있었기에 별이 보이는 것처럼. 밤이 있었기에 불빛에 대한 열망이 생겼을 것이다. 밤이라는 오지를 인간은 그렇게 대면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깊은 오지는 인간의 내면이다. 그런데 그 가장 깊은 오지는 정작 모두 밖으로 드러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밤이라는 오지가 이렇게 정복되는구나! 그래도 밤의 어둠은 깊고 깊어서 밤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태양열 조명기구, 여러모로 쓸모가 많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진짜 오지에 필요한 태양열 조명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