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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May 22. 2024

막간. 독일의 사회 복지제도에 비추어서

#형이상학낭독_3회

#형이상학낭독_3회_막간 '독일의 사회 복지 제도'

어제는 형이상학 낭독 3회였다. 저녁 9시에 어김없이 meet 줌 화면에 모였다. 화면으로 보는 존재와 실제로 만나는 현실의 존재가 갖는 느낌은 다르다. 화면으로 만날 때 일정한 거리라는 막이 형성되어 있어서 서로의 간격이 더 잘 지켜지는 것 같다. 일종에 이미 여러 형태가 편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면으로 만날 때 우리는 직접적 현실과는 다른 여유가 있으므로, 이때 에티켓을 훈련하는 기제로 그 시간을 활용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 해 왔다.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형이상학 낭독도 이제는 회차가 더해지므로 공지체계를 갖기로 하였다. 낭독 공지를 애초의 계획대로 연수님이 하기로 하였다. 연수님 시간이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시간 내서 공지 알림 기록을 의무적으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공지 알림이 없으면, 제시간에 모두 입장하는 자발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구심점이 없으면 공중에 붕 뜬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여기저기 신경 쓰며 돌아다닌 정신을 미리 형이상학 낭독에 집중을 시켜 놓아야만 낭독의 책 속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그리고 회차가 더해질수록 우리가 형이상학 책을 읽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며, 공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책에 대해 더 염두에 두기 때문에 루틴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인다. 다경 역시 낭독 공지를 해도 되지만, 독일과 한국 시차가 있어서 적정한 시간을 맞추기가 마땅하지 않아서 일단은 보류하기로 하였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원래 사소하다고 생각한 그것이 바로 형식에 대한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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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은 독일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마노(아들)가 2주 동안 방학 들어간다는 말에 의해서이다. 독일은 기독교의 축일들에 맞춰서 학교의 방학과 거기에 연동되는 부모들 휴가도 맞추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 먼저 아이들 방학에 맞춰 휴가를 사용한다고 한다. 독일 유소년과 청소년 학교는 방학이 많다. 우리는 "또 방학이야" 했다. 한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방학이 많고 학교가 나이브하다고 보인다. 그리고 학교생활하기 참 편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방학은 얼마나 근사한가. 방학에 맞춰 아이들 있는 부모 우선순위로 직장에서의 휴가 역시 우선순위가 결정된다고 한다. 독일은 점점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18세까지는 학교부터 의료까지 모두 무상이라고 한다.


그럼 노후복지는 어떠하냐고 물었다. 대략 노년층 모두에게 우리나라 돈 기준으로 팔십여만 원 정도 지급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두 배였다. 노후 복지도 잘 되어 있다고 하였다.


나는 며칠 전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고 어떻게든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하니,  이 부분을 현재 공공역역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우리나라 구조에서 보면, 자식교육과 부모부양을 동시에 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노후 복지제도가 제대로 된다면 현재 교육시장 형태와 충돌 없이 미래가 덜 불안한 삶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다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조금은 더 느슨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연찮게 이런 생각을 하였는데 다경의 이야기를 통하여 독일의 복지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아도 좋겠다고 우리는 말했다. 물론 이 내용은 지금 기억나는 대로 쓴 것이니 다소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 형이상학 낭독 시간에 니체가 겹쳐진다. 니체가 그의 책에서 여성들에게 바라는 바(혹자는 여성 비판이자 비하라고 하는)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강한 여성상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교육하고 키우는 여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니체의 그 부분을 읽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율곡 어머니 신사임당, 한석봉 어머니, 안중근 의사 어머니가 스치고 지나갔다. 니체의 강한 여인상은 결국 자기 철학이 있는 여인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철학 없이 강인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여기서 강인한 여성의 성격이 거친 성격일 것이라는 편견은 갖지 말아야 한다. 니체 자신은 상당히 섬세한 사람이었다고 보이며, 여성에게 남성적(아니무스적)인 강인함을 수용하는 일은 여성 그 자신에게 좋은 것으로 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문득 의자에 앉아서 잠시 멍 때릴 때, 사람은 고독한 존재이고 사람의 본래적 형태는 다음 세대 잘 키우는 것만이 목적이고, 그다음은 그냥 고독하게 자유롭게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었다. 그러니 이건 예전에 했던 내 생각을 뒤집는 반전이기도 하였다.


부모가 자식을 갖는 것은 그 자신의 본래적 임무이기 때문이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 본래적 형태는 아니었다. 부모는 자식 키워서 떠나보내면 그뿐이었다. 자가 새끼 사자 키운 후 떠나보내듯이. 자연의 본래 모습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문명화되고 사회화되면서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부모봉양의 문제를 도덕으로 각인시킨 것이다. 자연의 본래 모습에서 보아도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역으로 거슬러 오르면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문명과 사회화의 교육계는 자연을 역으로 거슬러 온 것이라서, 교육이 그렇기에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가 자식 키우고, 부모가 자식 키우고 이 구조가 반복되어야 하며, 그 역행은 덜 반복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구조가 부모봉양의 문제에 대해서 국가복지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산발된 요양 체계와 흩어져 있는 요양 기관들을 통합하여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균일한 요양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출산율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가 조금은 정돈된 형태로 가야 한다. 개인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주어지면 피곤해서 지레 겁먹고 안 한다. 어지러운 이 지점들을 이제는 정리해 보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가 맡아야 한다.


쓰다 보니 이렇게 쓰였다. 이것은 사유이다. 사유는 본질을 다루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막간의 시간이 이번에는 더 생각나고 형이상학 해제 부분 책 내용은 머릿속에 뒤엉켜 있다. 읽는 양이 쌓이니 정리도 쉽지 않다~ ㅎ



다경의 고양이 '루이', 꽃향기 맡다가...


#형이상학낭독_3회_막간_단상

 #독일사회복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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