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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설렘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묵은 녹차 한 잔

by 아란도

봄이 오려는가

마려는가

이제 제법 겨울 추위는 잊은 듯하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분명 어떤 것은 해갈되고 어떤 것은

또 모호함으로 숨는 것 같다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입구의 눅진한

피로는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봄의 상큼함으로 바뀌었다

누가 바꾸었을까

잠이, 꿈이, 자연이...

아직 불투명한 하늘

어떤 불안은 미세 먼지처럼 우리 머리 위를 떠돈다

봄과 항상 함께 오는 것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질리는 것

사실 그게 더 무서운 것인지도

반쪽 인간들은 점점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

그들 머리에 녹찻물을 부으면 정화가 될 것인가


권태와 절규 사이에서도 봄의 설렘의 행진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 묵은 녹차를 우렸다. 2023년 녹차를 차냉장고에 넣어 두었더니 맛은 순후 해졌고 향은 봄날 그대로다. 경칩이 지났으니 차순이 올라오느라 바쁘겠다. 봄을 맞는 녹차 한 잔.





#하동_세작_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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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려서 맛이 어느 정도 빠진 녹차 엽저에 다시 마른 녹차를 넣었다. 그리고 우려 마셨다. 이때 녹차 대신 화차(꽃차)를 넣고 우리면 녹차 맛이 베이스로 깔리며 꽃향이 피어난다. 나는 녹차를 더 투여하였다. 대비도 시킬 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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