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체사유

실재와 비실재 2

거리감

by 아란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돔처럼 다가와서 오히려 막막하게 여겨진 날이 있었다. 왜일까? 아마도 그것은 '거리 측정' 기준이 상실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떤 거리감을 가늠할만한 것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바로 구름이다.

구름이 있는 하늘은 나와 구름과 그 너머 대기와 간격의 차이가 발생하게 한다. 그러니 서로 위치가 어딘지 분명해져 공간 안에서 거리 측정이 가능해진다.

구름이 층층이 떠 있는 풍경은 공간을 훨씬 풍부하게 한다. 그리고 더 넓게 보이게 한다.


그 하나하나의 구름이 그때의 위치에서 공간을 분할하고 있다. 그늘진 풍경은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원근감이 비로소 되살아 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지만, 거리감을 상실하게 하여 오히려 답답하다. 원근감에 대한 지표가 사라진 셈이다. 같은 색의 돔 하늘이 오히려 막막하고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저 달과 별이 없었다면 구름 한 점 없이 검푸른 밤 풍경은 심심했을 것이다. 그런 날 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이 코발트블루로 빛나고 있는 그런 날.


날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하늘 풍경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기묘함이 실재의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것일 거다. 오히려 실재가 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람의 인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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