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형태와 모임의 형태 _표면의 세계
보수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오늘날 문명화된 나라에 사는 모든 인간들은 동일하다.
그들 모두에게 일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일을 선택함에 있어 섬세하지 못하다. 그 일이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족한 것이다.
하지만 일의 즐거움 없이 일하기보다는 차라리 몰락하기를 바라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이 까다롭고, 만족시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일 자체가 모든 이득 중에 가장 큰 이득이 아니라면 많은 금전적 이득은 아무 소용이 되지 못한다.
모든 예술가와 사색가가 이런 드문 종류의 인간에 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 자신들의 삶을 사냥이나 여행, 혹은 연애와 모험에 바치는 한가로운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모두는 그 일이 즐거움과 결합되어 있을 때만 일과 어려움을 원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지극히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그 밖의 경우에는 단호하게 나태를 택한다.
심지어 가난, 불명예, 건강과 생명의 위험이 그 나태와 결합되어 있을지라도. 그들은 권태보다도 기쁨 없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일의 성공을 위해 권태를 필요로 한다.
사상가와 창조적인 정신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권태는 순조로운 항해와 즐거운 바람에 선행하는 유쾌하지 못한 영혼의 "무풍 상태"이다.
그는 이것을 견뎌내면서 그 결과를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범속한 천성을 지닌 사람들이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수단을 다해 권태를 몰아내려 하는 것은 기쁨 없이 일하는 것만큼이나 천박한 짓이다. 보다 오래, 보다 깊게 휴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 뛰어나다. 심지어 그들의 아편조차도 유럽의 독약인 알코올의 역겨운 신속함과 비교해 보면 느리게 작용하고 인내를 요구한다. p.112
"오, 그리스인들이여! 그들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표피, 주름, 피부에 용감하게 머물며 가상을 숭배하고 형태, 음, 말 등 가상의 올림포스 전체를 믿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피상적이었지만, 그것은 깊이에서 나온 것이었다!
현대 사상의 가장 높고 위험한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밑을 내려다본 우리들 정신의 모험가들도 바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점에서 우리도 그리스인들이 아닐까?
그러므로 형식과 음과 말의 숭배자가 아닐까? 그러므로 예술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