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신체사유 1

존재와 부재에 대하여

by 아란도

1.

수선화 '수선화가 귀여울 수도 있군요





수선화가 피었다. 한 화분에 같이 심었더니 같이 피어서 ""아~""하고 같이 입 벌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멀리서 보면 이 수선화는 정말이지 조화처럼 보였다. 향기가 날까? 싶어 다가가서 향기를 맡아보았다. 향기가 생각보다 풍부했다. 꽃잎을 만져보니 부드러우면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살아있는 거 맞는구나!


다시 가만히 수선화에 코끝을 가져다 대었다. 기품 있는 향기가 코끝으로 쓰윽 들어온다. 귀여운데 향기는 풍부하고 기품 있다. 손가락을 입 벌리고 있는 수선화에 갖다 대어 보았다.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귀여움이었다. 그 모양은 도리도리 하며 만세 부르며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이모티콘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래서 혼자 웃었다.


튤립은 일단 뒤로 미루고 수선화 구근만 구입하였다. 구근이 여러 개씩 붙어 있어서 떼내어 심으니 갑자기 수선화가 많아져 버렸다. 안 쓰는 작은 화분들을 다 버렸더니 심을 데가 마땅치 않았다. 모종 상태로 온 화분에 분갈이 흙과 섞어서 하나씩 다시 심었다. 아직 키가 크지 않으니 괜찮을 듯싶었다. 화분이 부족해서 식품 포장 용기에 구멍을 뚫은 후 수선화 화분을 만들었다. 훌륭한 화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당분간 화분을 더 사지 않아도 될 듯싶다. 보기에 나쁘지 않다. 수선화가 더 크게 자라면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이제는 수선화를 왜 키우는지 알겠다. 동네 공원 화단에 수선화가 군락으로 피어 있을 때는 향기 맡고 사진 찍고 감상만 하였다. 수선화를 직접 구입하여 구근을 쪼개서 화분에 옮겨 심고, 그새 이렇게 자라서 꽃을 피우니 어떤 희열도 느껴졌다. 마음이 동하여 신체를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통하여 전에는 없던 꽃이 내 앞에 이렇게 피어 있는 보습을 보니, 어떤 감흥이 나에게 찾아왔다. 집 안에서 이렇듯이 단촐하게 피는 그 모양이 참으로 어여쁘도다. 아니 귀엽도다. 군락으로 있을 때보다 단독으로 있을 때 존재감 뿜뿜 하는 수선화로다. 두 종류를 샀는데, 노란 꽃 수선화는 키가 작고 꽃잎이 여섯 개인 것을 보니, 이름이 '러브데이 loveday'인가 보다. 너의 이름이 러브데이였구나. 어쩐지 사랑스러운 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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