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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임기자 Dec 30. 2021

BMW 420D 그란쿠페 2015

소유기 所有記

BMW는 모터사이클로 시작해 자동차 만들기로 세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다. 브랜드 파워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탑 3 안에 들고, 독일 차 하면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름이기도 하다.


BMW는 자동차 라인업에 1시리즈, 3시리즈, 5시리즈와 같은 식으로 숫자를 앞에 붙여 분류한다. 1시리즈는 소형, 3시리즈는 준중형, 5시리즈는 중형, 7시리즈는 대형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국가마다 조금씩 기준은 다르다. 

4시리즈는 등장한 역사가 얼마 안된다. 3시리즈의 차체를 활용해서 좀 더 스포티하고 레저 지향적인 면모를 갖췄다. 쉽게 말해 더 날렵하고, 스포티한 양념이 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젊은 경향의 오너들이 선택하는 시리즈고, 아무래도 범용성이 좋은 3시리즈와 넉넉한 5시리즈 사이에서 취향강한 이들이 선택하는 소수의 스포티 카로 볼 수 있다.

4뒤에 20은 배기량을 의미하고 D는 디젤이다. 4시리즈 2000cc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다. 420i는 휘발유차량이고, 435i 등 고성능도 있다. 그리고 최신 4시리즈는 M이 붙은 버전도 있으며 심지어 서킷에서 가장 빠른 M4라는 고성능 세단도 있다. 


세단에 디젤 엔진이라니, 뭐가 좀 이상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 조합은 의외로 좋다. 특히 SUV에 디젤이 어울릴 것 같지만 좀 더 낮고 가벼운 세단에 디젤 엔진이 달리면 '가속감'이 매우 상쾌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저회전에서 밀어주는 묵직한 토크는 언제든 악셀 페달만 밟으면 튀어나가는 경쾌함이 기분 좋다. 

또 하나는 고속에서 낮은 회전수(RPM)을 유지하기 쉬워서 연비가 좋다. 예를 들어 보통 고속도로 최고속도 기준인 110km/h를 유지한다고 치자면, 가솔린 2000cc급 엔진(싱글 터보 기준) 약 2800rpm을 쓴다면 디젤 2000cc는 1500rpm 정도로 매우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오는 진동이나 소음도 낮게 유지되기 때문에 의외로 고속에서 디젤이 더 조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전에 볼보 V40 D4를 타보고 이런 생활형 차량에 붙은 디젤이 얼마나 재밌는지 경험한 뒤 부터는 디젤에 대한 사랑이 더해졌다. 휘발유 엔진의 동급 최고 출력은 고속에서나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저회전 토크가 높아 순간 가속력을 가지고 있는 디젤엔진의 장기가 더 도드라지는 것이다. 다만 V40의 경우 D2와 같이 배기량이 1600cc 급이면 최대 토크도 다소 낮아지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 상쾌한 가속감은 좀 떨어지긴 한다. 대신 더 좋은 연비가 돌아온다.

아무튼 420D는 2000cc급으로 가벼운 차체에 맞물려 역시 상쾌한 가속감을 가졌다. 주행 모드가 세 개 밖에 안되지만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약 2000~3000rpm사이에서 맹렬히 가속하는데, 느낌 상 얼마전까지 운용했던 현대 벨로스터N의 275마력 36kgm토크 엔진보다 더 상쾌하고 가속감이 훌륭했다. 최고출력은 420D의 경우 180마력이 채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토크가 40kgm에 육박하면서도 2000rpm전후로 쏟아지기 때문에 시속 200km 미만이라면 더 가볍게 가속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BMW라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쾌한 핸들링은 역시 좋다. 후륜구동에서 오는 간결한 느낌 뿐 아니라 대부분 영역에서 쉽고 가볍게 방향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타이어 특성인지 노면을 좀 민감하게 타는 면이 있어 핸들링에 약간 집중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

실내는 스포티하면서도 적당한 고급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동급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보다는 좋게 말해 젊고 스포티하다 할 수 있고 좀 가벼운 분위기는 아쉽다. 철저히 운전석 기본으로 세팅된 인테리어는 보조석에 앉은 동승자에게 약간의 소외감을 준다. 보조석에 앉아보니 확실히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 마치 운전자와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분리된 공간감을 주며, 가뜩이나 작은 차체인데 발 밑 공간이 좁아 갑갑하다.

8단 기어박스 때문인지 센터페시아 공간이 두터워 운전석 쪽도 발공간이 좁디좁은건 마찬가지다. 왼쪽으로 약간 페달류가 밀려들어온 느낌이라 적응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오르간식 페달은 답력이 꽤 두터워 국산 차량에 비하면 묵직하고 발목에 힘이 들어간다.


기어박스는 8단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지만 DCT만큼 빠르게 변속하진 않는다. 근데 일상에서 스포츠 드라이브 영역까지는 충분히 커버할만큼 움직이기 때문에 DCT의 변속감이나 일상에서의 변속타이밍 등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전통적인 오토 8단(토크 컨버터) 방식이 더 맞을 수 있다. 나 역시 DCT에 대한 갈증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4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프레임리스 도어는 사실 불편하다. 문을 닫을 때 마땅히 잡을 곳이 없다. 유리를 잡으면 휘청거린다. 타는사람마다 어딜 잡고 닫아야되는지 말해주는 것도 번거롭다. 창문을 다 내리면 뭔가 상쾌하고 있어보이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그렇게 멋진 줄 모르겠다. 스포츠 쿠페의 정석이라 하지만 실용성은 글쎄.


뒷 자리는 의외로 안락하다. 뒤로 푹 꺼지는 형태의 시트 덕분이긴 한데, 대신 내리고 탈 때 불편하고 근력이 소모된다. 차가 꽤 낮구나 하고 느끼는 시점이 온다. 2열 전용 송풍이나 열선시트 등은 조작이 단순하다. 쿠페 스타일이라 기대를 안했는데 의외로 창문 개방감은 나쁘지 않다.

해치 형태로 넓게 열리는 트렁크는 매우 좋은 점이다. 아무래도 짐을 넣고 빼기 시원스럽고 보기에도 멋지다. 전동 트렁크라 움직이기 편하다. 다만 높이가 높은 짐은 문을 닫기 어렵기 때문에 실을 수 없고 넓어 보이는 것에 비해 짐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참고로 배터리는 트렁크 구석에 숨겨져 있다.


아반떼보다 훨씬 좁아보이는 실내는 3시리즈 기반 사이즈이기 때문일수도 있고 운전자 중심으로 짜여진 인레리어 덕분일 수도 잇다. 실제로 차체가 좀 낮기 때문에 좀 더 갑갑한 느낌이 들수도 있지만 스포티하고 낮은 자세를 좋아한다면 오히려 플러스일 것이다.

추가로 연비는 상당히 좋다. 시내에서도 15km/h는 유지되고 (정체 포함) 고속도로에서는 20km/h에 육박하므로 통합  18km/h 정도는 쉽게 기록한다. 물론 트립미터 기준이다.


신형 4시리즈는 더 과감해진 대형 키드니 그릴로 인해 이미지가 완전히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어색하기는 하지만 결국 눈에 익다보니 스포티해보인다. 구형이 너무 얌전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 차도 역시 신형이 최고다. 기계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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