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 전에 나를 낳아주신 분, 그리고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들이 날 둘러싸고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장면은 아기인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게 나는 세 글자 한글 이름을 가지게 되고 주민등록 신고를 하면서 진짜 불리는 이름이 된다.
살면서 외국어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할 때 선생님 쪽에서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혹시 영문 이름이 있냐는 것이다. 나는 사실 다양한 멋들어진 영문 이름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순간 관심이 확 오면 미친 듯이 영문 이름들의 기원과 유래를 찾아보며 별 볼 일 없는 정보에 관심을 쏟는다. 일순간인데 집중력이 매우 크다.
아무튼 그렇게 정해진 이름은 예사롭지 않다. 너무 평범하지 않으면서 나의 색채가 조금은 묻어있으면서도 부르기 쉬운 그것. 참으로 고달프게 얻어진 그 이름은 여러 개다. 일단 영문 이름은 마틴이다. Martin Lim 뒤의 림은 내 성인 (임)이다.
이탈리아 사랑인 나는 당연히 이탈리아 이름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Matteo. 마떼오라고 읽는다. 종종 우리나라 네이버 카페에서 '마테오'라는 한국 이름도 아닌 이태리 이름도 아닌 이상한 닉네임을 사용하고는 있는데 아무 관심은 없다. 그런 게 오히려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태리에 가면 Matteo Limo라고 불리고 싶다.
이탈리아 몇 번 가보더니 이탈리아의 음식 , 분위기 , 정서에 빠져 지금도 (모터사이클에 빠진 건 그냥 딱 기본 디폴트 값이라 말 언급조차 없다) 이탈리아 식 아이템을 하나씩 걸치고 다닌다. 두카티 시계라던가, MV 아구스타 재킷 이라던가, 베스파 모자라던가,... 실제 두카티 바이크를 타고 나간다던가.
얼마 전 한 번에 시동이 안 걸려 애 먹였던 BMW 알 나인티 대신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950을 꺼냈는데 한방에 시동이 걸리고 잘 움직여줘서 꽤 험로를 넘어지지 않고 아내와 다녀왔다. 그 기억에 좋아 이렇게 글을 쓰는 걸지도 모른다. 평소엔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두카티 머신은 금방 뜨거워지고 엔진을 헐떡거리고 높고 무겁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으나) 엔진이 뜨끈하게 느껴졌고 뭔가 성취감을 준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스폰티니라는 밀라노식 피자 전문점에서 피자를 사 먹었다. 확실히 내가 밀라노 출장 때 숙소에서 주문해 먹었던 진짜 동네 오리지널 마르게리따와는 꽤 다른 퀄리티였지만, 여기 것도 먹을 만은 했다. 호텔 유로파. 그곳에서 먹었던 투박한 마르게리타 화덕피자 한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영원히.
그런 기억들이 이탈리아에 대한 좋은 기억들로 남았다.
지금 차곡차곡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듯
언젠가는 날아갈 수 있기를, 아내와 함께.
Trip to Milano, I Hope 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