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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어느새 나이가 마흔이 됐다. '라떼는' 하려는 게 아니다. 팩트다.
갑자기 글을 쓰는 것은 오늘의 기억이 생소하고도 설레며 한숨짓게 만드는 여러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터사이클 업계에 1년 반 만에 돌아온 지, 그리고 일명 '산업'이라 불리는 현장을 언저리에서 보고 듣고 찍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 바닥 자체에서 돈벌이를 한 지 한 달만에 어울려 놀아본 날이다. 일로 엮인 인연이지만 아무튼 좋아하는 것이 같은 것은 확실했으니까, 단합대회 식의 핑계로 한 번 그룹 라이딩을 해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그룹 라이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에 가까울 정도지만 라이딩 메이트의 성향들에 따라 달릴만 하기도 하다. 오늘 달린 라이딩 메이트는 사실 트라이엄프 강서점에서 곧 함께 일할 직원들이다. 어쩌다보니 그 중 직급이 가장 높은 관계로 미리 루트도 알아두고, 먹을 데도 알아놓기는 했지만 부담따위 갖고 싶지 않아서 출발 전에 한 명 씩 옆에 가서 소리쳤다.
"로드(마스터)는 없고, 양만장까지 알아서 각자 가는걸로!"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어두운 시간의 라이딩이었고 그냥 다 각자 달리기만 하면 같이 달리는 의미가 없나 싶어서 결국 적당히 줄지어 자유롭게 달리긴 했다.
이렇게 저렇게 달리다 밥 먹고, 결국 각자 돌아가게 됐는데... 돌아오다보니 문득 여러 감정이 불쓱 불쑥 들었다.
'설레는군' '재밌는데?' '근데 좀 힘드네' '무섭게 달리는데?' '피곤하다'
대강 오늘 함께 달린 이들은 네 명 정도 됐는데 나이 평균이 30살 전 후였던 것 같다. 집에 와 아내에게 말하며 생각해보니, 내가 그 때는 더 겁 없이들 달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빠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냥 느리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빠르다 느리다는 말은 속도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전반적인 페이스나 노련함, 그리고 여유 속에서 모터사이클을 반박자 정도 리드하며 달리는 것이다. 근데 오늘은 뭔가 감정이 오묘했다. 따라갈 수도 있고 제칠 수도 있는데 뭔가 더 재미있게 달리지 못하겠고 그러다간 금방 지칠 것 같은 느낌인데, 쉽게 말해서 젊은이들 따라가기 빡세다 뭐 그런 뜻인 것 같다.
사실 지금 글을 쓸 여력이 없다. 무척 피곤하다.
그렇게 나이 먹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고 즐기며 자신있던 것을 하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걸 보면 저들보다 10년 정도 늙은 건 팩트인 것 같다. 내가 서른이었을 때 마흔인 아저씨는 그냥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설레며 달릴 수 있을까?
시간은 멈추지 않고 지금도 1초씩 늙어가고 있다.
나이에 맞는 라이딩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