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스트롬 시리즈는 오랜 시간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습니다.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라는 길고 난해한 닉네임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한 줄의 문장에 스즈키가 추구하는 투어러에 대한 목적이식이 분명히 살아있기도 합니다.
브이스트롬의 오랜 역사는 굳이 말할 것도 없이 매우 길고 탄탄합니다. 650의 경우는 해당 클래스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기함급인 1050은 원래 스포츠 바이크였던 엔진과 차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투어러다운 규격을 짜 맞춰 투어러이면서도 스포츠바이크 같은 절묘한 목표점을 지향해 왔습니다.
이번 등장한 DE는 듀얼 익스플로러라는 꼬리표에 해당합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탐험할 수 있는 바이크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요. 기존 브이스트롬이 철저히 온로드 퍼포먼스를 강조해 온 것에서 약간 더 세계관을 확장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인상은 무척 당당하고 터프합니다. 거기에 스즈키 챔피언 옐로 컬러는 노란색과 레몬빛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표시합니다. 시승하는 동안 많은 라이더들이 눈길을 주고, 심심찮게 부끄러운 따봉 손가락을 치켜들어 시승자인 저를 기분 좋게 하기도 했습니다.
앞 21인치 뒤 17인치의 요즘 오프로드 지향 어드벤처 바이크들의 공식을 따르는 이 설정은, 브이스트롬에게는 상당히 이례적인 설정입니다. 온로드 위주의 퍼포먼스를 자랑해 온 것과 대치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차체가 더욱 크고 활기찬 인상을 주고, 높은 시트고와 지상고를 확보해 라이더가 시트에 앉았을 때 시야가 굉장히 시원스럽습니다.
늘 그랬듯 브이스트롬의 V트윈 엔진은 리터클래스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야들야들하고 촘촘한 여성미가 돋보입니다. 박력 있고 투박한 다른 V트윈엔진의 감성과는 사뭇 다릅니다. V트윈이 주는 장점은 모두 갖추면서도 감성적인 박력이나 장점은 많이 희석된 느낌이 아쉽긴 합니다
절도 있는 트랜스미션은 스즈키 바이크들의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 바이크 역시 최신 퀵 시프터가 추가되면서 절도 있으면서도 직관적인 스로틀반응이 탐스럽게 느껴집니다. 라이딩 모드는 3가지로 분류되어 스로틀 민감도를 조절하는데, 파워는 동일하고 감도만 조금씩 다릅니다.
스포츠, 투어링 레인 등 쓸데없는 작명대신 심플하게 A, B, C로 정한 것이 이해가 빨라 좋습니다 덧붙이자면 ABS모드도 손쉽게 바꾸고, 트랙션컨트롤과 오프로드 모드인 G모드도 버튼 하나로 주행 중 간단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가속을 해보면 모든 토크가 저속과 중속 영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세로 6단까지 가속해 보면 기분 좋게 가속감위주로 나는 속도는 약 140킬로미터까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실생활영역에 딱 어울리는 속도역에 기분 좋은 토크를 몰아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6단을 넣어도 균일하고 촘촘하게 나오는 순간 토크로 항속 간에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880mm나 되는 시트높이 덕에 달릴 때 주면 풍경을 둘러보면 마치 구름 위에 떠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바이크를 탔을 때보다 한 차원 높은 시점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습니다. 저차를 자주 하는 환경이라면 높은 시트고가 해악이지만, 이렇듯 정차가 거의 없는 장거리 여행길이라면 높은 시트고가 꼭 단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 브레이크는 래디얼마운트 시스템으로 섬세하면서도 강력하게 제동 합니다. 바이크 무게가 250킬로그램대로 무척 중량인데 비해 제동력은 가뿐하게 나와줍니다. 다만 이 또한 온로드 스포츠바이크와 비슷한 세팅이라서 고속에서 효과적이지만 저속이나 흙길이라면 좀 더 세밀하게 조작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100마력이 넘고 토크도 10 kgm이 되기 때문에 파워에서 부족한 점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두카티나 할리 같은 빅 트윈의 감성과는 상당히 달라서, 일제의 빅 트윈이란 이런 맛인가 싶을 정도로 다릅니다. 어떤 회전영역에서도 남아도는 진동이나 고동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인상적인 것은 무겁고 부담스러워 보이는 차체 반면에 막상 운전하면 가느다란 차체 폭이나 부드러운 주행 질감으로 아주 친숙하고 손쉬운 운전 특성을 자랑한다는 겁니다 서스펜션 작동감도 매우 부드럽고 탄탄한 느낌으로, 이 또한 온로드용이라는 생각이 짙게 듭니다. 엔진열은 헤드가 라이더 시트 가까이 배치된 때문에 상당히 뜨겁습니다. 신호대기 시 상당히 후끈거립니다.
주행할 때의 안정감은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21 인치 앞바퀴는 고속으로 갈수록 상당히 안정감을 주고, 길고 묵직한 쇠막대기 위에 앉아서 순항하는 느낌으로, 매우 믿음직스러운 주행질감이 감탄스럽습니다. 브이스트롬의 지향점대로 결국 온로드 투어러로서의 안정감이나 성능은 그대로 간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형 휠을 장착했음에도 온로드 코너링 퍼포먼스 또한 잘 보존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19인치였던 기존 프런트 타이어의 움직임에 비해 다소 뭉뚝해 진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로, 매우 상쾌하고 사뿐한 발놀림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질감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계기반은 버튼 하나만으로 조작이 거의 다 될 만큼 아주 간단한 구조입니다. 최신바이크답지 않은 면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쓸데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것이 귀찮다면 이쪽이 더 좋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브이스트롬 시리즈가 바이크 경력이 좀 되고 연령대도 중년 전후 라이더가 많은 걸 감안하면 이쪽이 더 어필하기 쉽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앞 타이어는 튜브타입, 뒤 타이어는 튜브리스 타입으로 호불호가 가릴 것 같지만, 의외로 앞 타이어는 펑처가 잘 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저도 경험하지 않았고, 아마 뒤타이어가 먼저 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튜브타이어가 주는 말랑함, 쫀득한 질감도 만끽할 수 있어 더 좋기도 합니다.
잠시 타본 결과 브이스트롬은 역시 고집대로 온로드 투어러라는 기본 명제를 잘 지켜냈습니다. 비록 트렌드를 쫓아 21인치 휠로 어드벤처다운 터프한 감성을 빌려왔지만, 어디까지나 빌려온 정도이지, 라이더가 가장 많이 달리는 온로드에서의 안락함, 성능, 다루기 쉬움이라는 특징은 여전히 매우 잘 조율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스포츠 바이크에서 시작한 뼈대는 역시 온로드에 특화되어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바이크가 다 갖지 못한 오프로드 주행성은?
곧 등장할 800DE에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은 차대설계와 엔진 모두 완전히 오프로드 지향이기 때문에, 베이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얼마나 편안하고 쉽게, 피로감 없이, 그러나 여행의 풍요로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서 시작한 브이스트롬의 목적의식은 1050 DE에 그대로 녹아있었습니다.
좀 크고, 무겁고, 높지만, 멀리 떠나면 떠날수록 풍요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유 있는 투어러 브이스트롬 1050 D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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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감을 잊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길거리에서 작성했습니다. 오타나 비문이 나와도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