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임기자 May 30. 2023

임플란트 수술

앓던 이를 뽑으러 치과에 갔던 날

국민학생이었을 때 썩은 어금니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보철을 씌운 것이 있다. 그 이빨은 어언 30여 년을 지나 지금까지도 내 입안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삐걱거리더니 뭔가를 씹을 때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제 때가 왔구나'


임플란트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설령 관심이 없더라도 들어왔기 때문에 대강 뭘 어떻게 하는 수술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치과에 들어가 수술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치통이 시작됐다. 마취가 풀릴 때쯤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쉴 새 없이 거실과 방 사이를 잰걸음으로 옮겨 다녔다. 너무 아파서 빨리 이 시간을 견디고 지나갔음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결국 참을 수 없었고 다시 병원에 가 마취주사를 맞고 비로소 조금 평온해질 수 있었다. '아,, 치통이란 게 이런 거였어?'


새벽 두 시 반. 낮에 먹은 어마어마한 진통제 덕에 더 이상 오늘은 진통제를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었다며 우려했고,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잠들어 이 시간을 빨리 보내려고 수면제를 먹었다. 근데 의외로 좀 전에 깨어나서 앉아있다. 인스타 릴스를 쓱쓱 보다가 몸을 일으켜 세워, 나의 고독한 취미인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 결과가 이 활자들이다.


번외1


마이 페이버리트 바이크. 만화다. 총 다섯 권이 완결이다. 각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만화는 짧은 단편 만화의 엮음이다. 70년대 생 전후로 추억에 젖을만한 일제 바이크가 주로 주인공이 되었다. 80년대 생인 나는 일백 퍼센트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읽을만한다. 스토리에는 각각 애잔함이 서려있다. 언더그라운드의 이면에 있는 사소한 일들이 만화로 그려져 있고, 간혹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번외2


사실 오늘 종일 바이크를 타고 싶었다. 치통이 심해질수록 그냥 나가서 부르릉하고 시동을 걸고 싶었다. 그런데 임플란트 성격상 뼈가 잘 굳어져야 한다기에 진동이 어마어마한 2 기통 1200cc 엔진을 끌어안고 달렸다가는 이미 달려 있는 멀쩡한 이빨도 다 떨어져 나갈 지경이다. 그래서 관두었다. 임플란트 하나에 무려 110만 원이나 한다. 조금 참으면 110만 원을 번다는 생각으로, 안 탔다. 근데 지금도 엔진소리를 듣고 싶고, 타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나란 사람은... 이 거참.


새벽 세시가 되기 전에 읊조림 끝내자.

작가의 이전글 브이스트롬 1050 DE는 투어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