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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by 아르노


‘투자는 참 고단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고단한 일임을 인정하고 지속해 나가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주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이해하라.’

원동력. 나는 그때 주식에 관한 나의 의지와 열정이 곧 오만과 편견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은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의 근본적인 힘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이다. 그것은 곧 내가 나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야만 내가 아닌 제3자, 제3의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진짜 원동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내 삶에 들여놓지만, 그것과도 적당하게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유로움, 오로지 돈이 내 인생을 좌우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갖춘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주식이란 매우 간단한 원리에 의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기도 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주식투자에 관한 수많은 조언과 법칙은 바로 이 간단한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회사의 매출이 높은가 낮은가, 혹은 전망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후의 지식이 있어야만,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대부분의 주식투자들이 뉴스에 의존해 경제나 업종의 흐름을 판단하고, 이슈에 대해서도 나름의 예측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뉴스를 읽는 리더reader가 되지 말고 싱커thinker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액면 그대로 뉴스를 믿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생각이 동반되어야 한다. 해당 뉴스가 단순히 그 회사에서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것인지, 혹은 정보의 출저가 정말 신뢰할 만한 관계자에 의한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야만 한다.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되면 할 수 있는 한 나름대로의 팩트 체크도 해야만 하고, 이 뉴스를 받아들일 대중들의 심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까지 판단해야만 한다.


향후의 시세를 ‘판단’하는 것과 그 시세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은 다른 말이다. 전자는 현실에 근거가 있지만, 후자는 내 마음에 근거가 있다.


녹화된 매매일지를 반복해서 돌려 보는 것은 주식을 할 때 ‘본능에 휩싸인 나’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의 판단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무엇을 위해 클릭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이다.


편견에서 벗어나고, 생각을 자유롭게 만들어 다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시장에서 울리는 예민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야 하고 한두 번의 타격에도 물러나지 않는 강한 맷집도 갖추어야 한다.


투자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돈을 얻지만, 주식을 도박으로 대하는 사람은 돈 대신 흥분감을 얻는다.


주식투자란 본질적으로 ‘내 예측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게임이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주식의 대전제 뒤에는 바로 수십 가지의 변수를 뚫어내는 예측의 영역이 존재한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대한 예측,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 그리고 어디에서 꺾일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맞아야만 승리하는 것이 주식투자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나의 예측이 맞는지를 테스트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논리의 전개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자로 결국 고수와 하수를 결정하게 된다. 이 예측은 바로 ‘매매 시나리오’라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중요한 점은 정말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라는 점과, 설사 그 소수의 말을 완전히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공을 개척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결국 주식이란, ‘자신의 기질에 맞는 값과 기준을 찾아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수’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 한다고 한들, 그것은 하나의 방향등일 뿐, 성공 투자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은 각자가 가진 생각의 방향, 마음의 습관, 행동의 방법이 다 달라서, 아무리 똑같은 인풋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아웃풋은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고수들의 말 자체는 정답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적용시키는 순간에 나의 생각, 습관, 행동에 따라서 다시 ‘가능성의 가능성’이 된다.


주식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누군가를 불신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낸 답이 아니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우위의 요소들은 나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고,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10년 동안의 주식투자를 통해서 내가 최적의 매매기법이라 말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분할매도다. 충동은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더 강하게 튀어 오르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씩 풀어주게 되면 적절한 관리의 영역 안에 둘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분할’이라는 방법이다. 격하게 흔든 콜라병을 순간적으로 따면 폭발해버리지만, 조금씩 단계적으로 열어주면 조용히 열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물타기는 투자의 자세가 아니라 도박의 자세라는 점이다.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근거가 지배하느냐, 확률이 지배하느냐다. ‘더 많이 매수해서 평균 단가를 낮추겠다’는 발상은 주가 예측에 대한 근거가 사라지고 확률만을 높이려는 사고방식일 뿐이다. 물타기를 하려는 그 순간, 우리는 ‘도박꾼’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투자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야 하겠지만, 투자의 실패에는 그리 많은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 ‘나’의 문제였고, 그 ‘나’가 필패의 조건이었다. 매일의 투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것, 수익의 답답함을 참아내고, 다이내믹한 투자에 대한 유혹을 멈추는 것. 바로 이것이 투자자가 갖춰야만하는 가장 중요한 성공의 법칙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껏 내 인생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얻고 싶다면, 당연하게 해오던 행동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 주식투자로 이제까지 없었던 수익을 얻으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그에 걸맞은 나부터 만들어야 한다.


투자라는 것은 삶을 지속해나가는 동안 반려자처럼 관심과 애정으로 장기간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원치 않는 결과를 봤을 때 더 큰 실망감과 배반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에너지를 진작에 쏟아 버렸기에,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다. 투자에 집중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잘 구분 지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투자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계속해서 판단을 해나가지만, 그렇다고 확실하다는 신념을 갖지 않는 것. 뭔가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인정. 말하자면 이것이기도 하지만 저것이기도 한 것이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것을 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뭐냔 말이야?”라고 당장 정의내릴 것을 요구하겠지만, 그것은 정의될 수 없는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은 언제나 희망을 찾아가는 투자행위여야 한다. 수익을 내려는 것도 희망이지만,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것도 희망이다. 결국은 공부만이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가 추천한 것을 섣부르게 믿기보다는 스스로 이해한 합리적인 이유를 따를 때 진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가 강연을 하는 영상을 보다가 참 멋진 말을 들었다. “모든 스타트업들의 성공은 밖에서 볼 때는 벼락 성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성공은 첫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500일째에 일어난 것이다 Every startup is an overnight success, but it happens on 500th night.” 이 말은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성과물을 얻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인내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법에 의지하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매매중독이다


횟수를 줄이고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원리를 찾는 것이 단 한 번의 도끼질로도 나무를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찌라시는 투자자가 스스로 축적해야 할 자생적인 판단과 경험, 실패로부터 배우는 자세, 정보의 숲에서 판단을 요하는 인내심을 모조리 망가뜨리는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


증권사의 보고서도 매우 유용하지만, 결국 가장 확실한 것은 결국 ‘나 자신의 결정’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투자 전에는 보고서를 전부 읽어보려고 하지만, 투자의 결정적 단서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보고서가 얼마나 훌륭한지와 별개로 내가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 직접 결정 내릴 수 있는 철학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투자를 장기적으로 삶의 일부분으로 지속하려면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점을 궁극적으로 가져야만 한다. 찌라시도, 보고서도 아닌, 바로 ‘내가 만든 보고서’를 말이다.


주변의 성공한 주식투자자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그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쉽게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성격, 본인이 원하는 투자 시점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생각대로 주식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반대 포지션을 잡는 유연함이다.


만약 자신에게 과감한 성향이 있다면, 그것을 발휘할 때는 ‘근거’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과감함에 논리적 판단이나 특정한 기준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과감함은 무모함이 되어버리고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반드시 주가를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잠재력’의 수준에서 뛰어올라, ‘현실성’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판단이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잠재력이 잠재력으로만 남아 있다면, 무능력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아이디어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졌고, 장기적인 상승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자리를 지키다 보면 결국은 주목을 받게 된다.


사고의 능력이 풍부하고 깊어질수록, 그리고 그것이 경험에 의해서 실증될수록 투자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주식을 ‘투자행위’가 아닌 ‘사고행위’로 볼 수 있다. 사고의 결과가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논리력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논리가 현실의 세계와 어느 정도로 들어맞는지를 확인해 나가야 한다.


전문가를 믿지 말고,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의 출발점은 자신에 관한 끊임없는 부정과 의심이다. ‘내 생각은 틀렸어’를 전제하는 용기를 갖출 수 있을 때, 부정과 의심은 진실을 찾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 계속되는 의심과 부정의 노력 속에서 결코 변치 않는 요소들이 걸러질 것이고, 그 요소들이 결국 성공투자라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묻어두면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장기투자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그 또한 ‘운’을 바라는 옳지 못한 투자의 예시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깊고, 철저하게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넓은 스펙트럼의 지식을 꿰고 엮어서 자신만의 통찰과 관점으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넘어 하루하루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꿰뚫는 일이기도 하다.


일단 크든 작든 투자에서 패배를 맛보았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다짐이 있다. “내일 다시 크게 만회해야지!” “반드시 해낼 거야!” 평소에는 이러한 열정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주식투자는 그냥 토익 공부처럼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패배 이후에는 무엇인가 더 단단하게 마음먹는 것, 다시 해내겠다는 열정을 불사르는 일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달리려고 할수록 더 빨리 무너지는 것을 나는 수없이 경험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실수했음을 인정하면 템포를 훨씬 더 느리게 잡아나갈 수가 있게 된다. 마음을 풀어헤쳐 좀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훈련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익숙해질 것이다.


누가 더 불안에 빠지지 않고 겁에 질리지 않느냐가 트레이딩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오만하지 않은 자신감의 수준, 바로 그 중간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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