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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

by 아르노


에밀리 홀 트레마인Emily Hall Tremaine은 컬렉터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수집을 한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 ‘투자 가능성’, ‘사회적 약속’이다.

어떠한 컬렉터도 이를 비껴가지 않는다.


“훌륭한 컬렉터는 열정적이어야 하고 대담하며 용감해야 한다. 또한 훌륭한 컬렉터를 만드는 요소는 지속성이다. 따라서 새롭고 혁신적인 전략을 가지고 자신의 컬렉션을 공유하며 작가들에게 신뢰받는 사람, 즉 컬렉션은 신뢰가 전부이다.”

–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초기에는 누구나 그저 미술품이 좋아서 작품을 모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떠한 방향성이 생기고, 그것에 집중하면서 주제와 의미가 있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모으게 되는 것이다.


특화된 컬렉션은 지속적으로 실천해볼 만한, 의미 있는 컬렉션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진정한 컬렉션의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컬렉션이란 곧 그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장하게 되고, 나중엔 자신만의 주제가 생겨 컬렉션이 풍성해져 가는 것 같다.


주식 시장은 인덱스Index, 지수 혹은 지표를 통해 하향곡선임을 확인하면, 좋은 구매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최고의 구매 시점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시장이 하향기에 있을 때는 최고의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하락세에 주식 시장에서는 상승세를 예상하며 거래가 이뤄지지만, 미술 시장은 시장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컬렉터들은 하락세인 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소장가들 또한 저렴한 가격에 굳이 작품을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몇 분 안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현대자동차 주식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거래 횟수가 적고 지속성도 희박하다. 한번 시장에서 팔린 미술품은 영원히 시장에 나오지 않거나, 여러 해가 지나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원하는 때 거래할 수 없다.


미술품은 대체품이 거의 없다. 따라서 원하는 미술품이 있다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더라도 일단 사고 봐야 한다


개인의 역사에도 미술품 컬렉션은 하나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여 그동안 몰랐던 세계에 대하여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이는 하나의 역사를 만든다. 또 점점 더 좋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Werner Muensterberger는 『컬렉팅, 그 못 말리는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이라는 책에서 “열정적으로 모은 미술품은 어른들에게 포근한 담요 같은 역할을 한다”고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림을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컬렉터는 미술품에 힘과 가치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미술품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자신의 정신적 상태가 향상되는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진다고 믿는다. 좋은 미술 작품을 통해 컬렉터는 자신이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말이다.


미술품을 컬렉션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과 즐거움은 구입한 후 오르는 가격에 있지 않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자고 했던 궁극의 미를 유추해 보고, 작품마다 전해지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쁨이 더 크다


세상일이 그러하듯 미술품 수집도 덤덤하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나아가다 보면, 보람의 시간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좋은 작가의 걸작을 얻기 위해서는 돈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안목과 저지를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한다. 미술세계는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이다. 초창기에 샀던 그림 대부분은 실패했다. 수업료를 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 김창일


안목은 결국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같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각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이러한 이유로 수준 높은 안목은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조건에 놓여 있더라도 안목이 높은 사람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더 아름다운 것,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을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목의 출발점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머릿속에 항상 생각을 하게 되고 보인다. 늘 보는 것도 관심 없이 보면 그저 그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면 늘 거기 있던 것도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안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관심과 느낌에 뒤이어 이해가 따라야 한다. 관심에서 출발해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면, 그것에 관해 온갖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대상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자, 지식을 쌓는 일이다. 이해는 차가운 이성의 작용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감성을 위한 밑거름이기도 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진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감정이 생긴다 해도 그것은 모호한 가짜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안목은 관심과 느낌에 더하여 정보와 지식을 밑거름으로 삼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느낌과 지식은 서로 어우러져 더 새로운 느낌과 풍부한 지식을 키우고, 그것이 쌓이면 자기 나름의 체계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느낌과 지식이 어우러진 인식을 갖추게 된다. 인식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안목이 제대로 서게 된다.


안목은 관찰력을 낳는다. 안목이 뛰어난 사람은 볼거리를 놓치지 않으며, 대상의 미세한 부분까지 포착하여 그것이 갖고 있는 정보를 찾아낸다. 안목은 또한 분별력을 낳는다. 진짜와 가짜를 분별해내고, 원형과 변형을 가려낸다. 독창성이 뛰어난 걸작과 남의 것을 뒤쫓아 우려먹는 모작을 가려내서 그 각각의 가치를 매긴다. 이러한 안목은 단박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를 많이 보아야 하고, 여러 번 보아야 한다. 꾸준히 관찰하고, 유사한 다른 대상과 비교하는 작업을 거쳐 깊어지고 높아지고 넓어진다. 예리해지고 탁월해진다. 안목이 생기는 것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지난한 일이며,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것이다.


컬렉터들은 안목이 높아질수록 외적 요인보다는 작가와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작품에 깊이 파고든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거치며 특정 작가에 대한 전문 컬렉터로 자리 잡게 되고, 작가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발견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현대 미술이 끝난 시점은 대체로 197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이때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앤디 워홀Andy Warhol, 빌럼 데 쿠닝 같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떠난 시기이다.


동시대 미술은 보편적으로 21세기 미술을 칭한다. 어떤 평론가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느낌과 경험,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 이브 미쇼Yves Michaud가 인상주의 이후인 1905년부터 1978년 사이를 현대 미술, 그 이후의 당대 미술을 동시대 미술이라 구분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동시대 미술가로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艾未未, Ai weiwei 같은 작가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아트 마켓 정보 사이트인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에서는 작가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올드 마스터Old Masters는 1760년 이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

근대 미술Modern Art은 1860년대와 1920년 사이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

전후 미술Post War은 1920년대와 1945년 사이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

동시대 미술은 1945년 이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결국 작품은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동시대 미술은 ‘다양한 읽기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특징이 있다. 수많은 현대 미술가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대중에게 그것은 복잡하고 난해한 것으로 다가간다. 미술가의 의도가 작품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어려운 내용일 경우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꼭 정해진 의미를 읽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동시대 미술은 작품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와 함께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상자의 여러 가지 해석도 중시한다. 왜냐하면 작품이 받아들여지는 과정 또한 동시대 미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술품 투자에 성공하려면 오랜 기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정보들을 취합해 최적의 시기에 베팅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품 자체를 오래 보관하며 즐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술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거래가 왕성하지 않은 시기에 작품 구입에 나서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미술품의 가치는 변화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가치 판단이 진행 중인 현대 미술의 경우에는 작품의 시장 가치가 단시간 내에 달라질 수 있다는 위험도 따른다.


국내 미술 잡지로는 『월간미술』, 『미술세계』, 『아트인컬쳐』, 『퍼블릭아트PUBLIC ART』, 『서울아트가이드Seoul Art Guide』 등이 있다.

처음에는 여러 잡지들을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것을 권장한다.


설명한 자료 외에도 경매 도록이 교과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경매 도록은 경매 회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중고 서점에도 국내 경매사에서 발간한 도록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가끔은 해외 경매사의 도록도 있는데, 이러한 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매 도록이 중요한 것은 작가, 작품에 관한 정보와 거래 정보추정가 등가 그 안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매 도록에는 작품 사진, 제목, 제작 연도, 크기, 재료, 과거 소장처 등 사실 정보와 작가 이력이 적혀 있다. 경매 도록에 수록된 도판은 구매 목적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점검할 때 요긴하고, 작가 이력은 미술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시 경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도 매년 초 지난해의 경매 내용을 총정리해서 발표하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작품가격』을 구입해서 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2018년 초 발행된 『작품가격』을 보면, 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의 약진부터 2017년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 30순위, 한국화·서양화 주요 작가의 2007-17년 낙찰 총액 추이 비교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 시장에서 형성된 작가와 작품 가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일본화, 서양화, 조각, 서예 등 장르별로 작가별 호당 가격을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미술연감』, 『미술시장』, 『니케이 아트 옥션 데이터Nikkei Art Auction Data』, 『 바이어스 가이드Buyers’ Guide』 등 잘 알려진 가격 리스트 책자만 해도 6-7개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 수집에 있어 작가들의 도록은 필수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 및 작품 연구에 있어 도록은 필수품이다.


"시와 경제의 사이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경제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지폐 종이 두 장만 남을 뿐이다."

김광균 시인의 ‘생각의 사이’라는 시 가운데 한 부분이다. 시인 김광균도 돈과 예술의 경계를 고민했던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돈, 돈과 예술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컬렉터는 더는 경계인이나 중간자가 아닌, 또 하나의 삼자이다.


아름다움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본인의 취향을 반영하여 관심이 있는 분야, 테마가 있는 컬렉션을 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작가의 작품만 모은다든가, 자화상, 드로잉, 누드, 사진 등 특색 있는 작품을 모으는 것이 테마 컬렉션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작품은 역사 속에서 이런 저런 풍파를 겪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덧입고, 더욱 더 강력한 아우라를 발하게 된다. 이로써 하나의 작품은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어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역사를 만들어 내는 존재가 작가 말고도 작품을 소유하게 될 그 누군가일 수 있다는 사실은 한번쯤 숙고해 볼 만하다.


사진 가격이 정해질 때에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 원칙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미술품의 경우와 똑같이 희소성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적정 가격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보다 많은 거래 내역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겔 부부는 자본적 투자를 목적으로 수집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빠른 수익을 내는 대신 긴 시간을 소장할 것을 생각해 작품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컬렉션을 절대 되팔지 않았다. 보겔 부부의 수집 규칙은 간단했다. 그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어야 하고, 쉽게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범위에 있는 액수여야 하고, 그들이 살고 있던 작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어야 했다.

-> 보겔 부부는 전통적인 개념의 컬렉터가 아니었다. 예술적 눈으로 철저히 그들만의 원칙을 지켰기에 수많은 컬렉터 가운데서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도로시는 미술품 수집에 대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미술품들은 같이 살아 봐야만 합니다. 같이 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고, 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 즐거움을 찾기는 힘이 듭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또 다른 예술가작품의 컬렉터들이다. 예술가들이 타인의 작품을 사들이고 이토록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그것이 언제나 탁월한 심미안과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술 컬렉션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부요, 투자인 셈이다.


온라인 경매라도 입찰 전에 반드시 프리뷰를 통해 실물로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작품의 상태는 실제 전시장에 방문하여 눈으로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품 투자는 그야말로 시간을 낚는 작업이다. 안목을 믿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구입한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아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컬렉터들이 구입한 작품의 작가를 후원하여, 작가가 미술계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준다. 주요 언론사에 소개하고,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꾸준히 작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30여 년간 꾸준히 수집하면, 컬렉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인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도 30년 넘게 미술품을 수집하였다고 한다.


미술품에 시장 가치를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은, 여러 가지 사회적 인정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경험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등 국제적 행사에 참가한 이력과 수상 경력, 미술 관련 문헌에 등장하는가의 여부와 그 빈도, 미술사학자의 평가 등이 이에 포함된다.


긴 호흡으로 컬렉션에 나선다면, 유행을 좇아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술품 구입의 한 쪽 기둥이 재테크라면, 나머지 한 쪽 기둥은 감상이다. 그러므로 본인 취향에 맞는 작품을 구입하면 적어도 감상이라는 기둥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그러므로 무작정 유행을 따라간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에 상관없이 고고한 멋쟁이가 되는 방법은 미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파든 블루칩에 투자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관록 있는 컬렉터의 모습이란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이다.


진품 증명과 관련된 서류만 꼼꼼하게 챙겨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고가의 작품을 살 때는 경매나 옥션 등 공개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 때 보상 받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미술품, 골동품 등은 기타 소득 또는 사업 소득으로 과세된다.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으로 과세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작고한 작가의 작품이거나 거래가액이 6,000만 원 이상의 미술품인 경우, 제작된 지 100년이 넘은 골동품의 양도가액이 6,000만 원 이상인 경우이다. 골동품의 거래 단위는 개당, 점당, 2개 이상의 짝으로 거래되는 조당일 때다. 작가가 작고한 작품은 기타 소득 대상이 되는 반면, 생존해 있는 원작자의 작품은 사업 소득으로 과세된다. 그러나 소장하고 있는 점당 6,000만 원 이하의 서화, 골동품 등은 과세되지 않는다.


장식이나 환경미화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경우 세무 처리는 다음과 같다. 일단 법인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면 비품으로 계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술품 취득가액이 500만 원 이상이면 예외 없이 비품으로 계상한다. 그러나 장식, 환경미화 등의 목적으로 사무실, 복도 등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상시 비치하는 미술품의 경우 취득가액이 거래 단위별로 500만 원 이하면 소모품비 등 적당한 계정 과목으로 바로 비용 처리할 수 있다. 기타 소득에서의 과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술품 매매가액의 70%는 필요 경비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매매가액이 1억 원이면 70%인 7,000만 원이 필요 경비로 인정되며, 3,000만 원이 기타 소득 금액이 된다. 골동품의 경우 보유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에 필요 경비가 80%까지 인정되며, 보유 기간 10년 이상은 90%가 인정된다. 기타 소득은 20%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매매가액이 1억 원이면 70%가 필요 경비로 공제되며, 소득 금액 3,000만 원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 22%가 적용된다. 그리고 기타 소득세는 660만 원이 과세된다. 이는 무조건 분리 과세 대상이라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종합 소득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500만 원 이하의 미술품을 구입해 사무실, 복도, 휴게실이 아닌 대표자의 방에 걸었다면, 구입 시점에 비용 처리를 해선 안되고 비품으로 계상한다. 만약 개인 사업자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예외 없이 경비 처리는 인정받지 못한다.


수집이란 무언가 갖춰서 시작해야 하는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위대한 건축물도 주춧돌 하나에서 시작되고, 아무리 정교한 첨단 기계도 처음에는 단순한 원리를 응용하는 데서 시작되는 법이다.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미술품 수집에도 정답이 없다. 다양한 선택이 존재할 뿐이다. 인지해야 할 것은 수집의 규칙이나 방법은 언제나 나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길일지라도 열심히 걷다 보면 하나의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산행山行처럼 지극한 것들은 서로 통한다. 본래 산에는 길이 없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산길이라도 걸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내가 관심을 갖고 시작한 컬렉션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느림은 빠름을 전제하고 빠름에 저항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림이 단지 속도의 테두리에 가두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깊이 있는 문화가 느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느림에서 깨달음이, 나눔이, 더불어 살기가 나온다. 어쩌면 미술품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며, 아름다움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좋은 컬렉터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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