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록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게 해주고,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쌓여온 시간에 감탄하는 것.
그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둔 한 사람의 성실함에 감탄하는 것.
일기의 대단한 점은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루치는 시시하지만 1년이 되면 귀해지는 것.
매일이 나의 역사입니다. 해가 뜨면 새롭게 시작되고, 자정이 되면 사라져버리는 ‘오늘’이라는 시간.
저에게 있어 마음을 돌본다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가끔 충분히 혼자인 시간을 보내는 것, 흙탕물이 가라앉듯 하루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난 뒤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일이었어요.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이니까요.
문장들을 조금씩은 닮아가고 싶어서 오늘도 기록합니다.
친구와 대화하다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소설을 읽다가, SNS를 훑어보다가 뭔가를 느꼈다면 그것을 기록해두는 겁니다. 이것만 믿으면 됩니다. ‘뭔가를 느꼈다면 거기에 글감이 있는 법!’ 어디까지나 글감의 수준이니 꾸미거나 정리하려 하기보다 그 느낌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게 중요합니다.
생생한 에세이의 공통점은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디테일은 말 그대로 너무 작고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우니 ‘순간 포착’이 중요합니다.
영감은 우리가 일상으로부터 받아 적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메모가 쓰이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정리정돈되어 있어야 해요.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도록요.
기록은 결국 생각의 저장소입니다. 잘 기록해두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예요.
나에게 돈가스나 노가리 같은 존재는 무엇인가요? 간판이나 화분처럼 자주 찍는 소재가 있다면요? 그것을 모아둔 기록이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라는지,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길 바라는지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계정만 만들어두고 당장 시작하지 못해도 좋으니, 나만의 콘텐츠로 꾸준히 아카이빙 할 만한 소재를 찾아보는 겁니다.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기록은 어디까지나 즐거워서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나를 위한 일이니까요. 평범한 일상을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 오늘을 미래로 부쳐두기 위해, 내 인생의 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기록을 다짐합니다. 그러니 완전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어요. 아니,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리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아야 꾸준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게 편한 방식으로 기록하되,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