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비 조사를 마치고 1957년 당시 S&P500 지수에 편입된 500개 기업 전부의 수익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작업에서도 놀라운 결론이 나왔다. 즉, S&P500 지수에 처음으로 편입됐던 이른바 ‘S&P500 원조 기업’의 수익이 이후에 편입된 신규 기업의 수익을 앞질렀다. 평소에 나는 대다수 투자자가 첨단 기술 부문에 속한 신규 종목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기술주보다는 덜하지만 투자자에게 꽤 괜찮은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를 보고 내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대다수 투자자는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업이 더 나은 수익을 안긴다고 믿지만, 나는 이런 보편적 믿음에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이 잘못된 믿음을 ‘성장 함정growth trap’이라 칭하고자 한다.
신기술을 적용해서 얻어냈던 상당 수준의 경제적 이득이 어떻게 해서 막대한 손실로 바뀌는 것일까? 여기에는 매우 단순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는 열의가 지나치면 투자자는 작은 변동 하나하나에 너무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성장 개념에 지나치게 매몰되다 보니 급속한 변화와 극렬한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업종의 주식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종에서 몇 안 되는 극소수 이익주로는 수많은 손실주가 낸 막대한 손실을 보전(補塡)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화 추세가 본격화함에 따라 기업의 본사가 어디에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다. 한 기업이 여러 국가에 본사를 두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전 세계에 팔기도 한다.
투자 수익은 주당 가격과 배당금(배당금이 있을 경우)을 합한 값의 변화로 정의된다
장기 투자자에게는 배당금이 투자 수익의 주요 원천이된다.
장기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교훈은 배당금의 재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럭저럭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성장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황이야말로 고수익을 올리는 데 최적의 환경 조건이다.
담배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식품 부문으로의 공격적 사업 확장에 몰두했던 담배 제조사를 제외하면 각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장 잘 아는 제품에 집중해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세계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경영 원칙에 따라 기업을 운영했다.
장기적으로 평균 이상의 이익성장률을 기록하려면 평균을 약간 웃도는 정도의 성장률이라도 그 수준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기보다 일정 수준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쪽이 더 낫다.
주주 수익은 실제 이익성장률과 기대 이익성장률 간의 차이에게 비롯되며 배당금이 이 차이를 더욱 넓혀준다는 것이 투자 수익의 기본 원칙이다.
고실적주 목록에 기술주나 통신주는 없었다.
빠르게 성장한 기술 부문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수익 면에서는 성장 속도는 느리나 고수익을 내주는 석유 기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성장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주가도 비교적 낮게 형성됐다. 고배당과 저평가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만나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겼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누구나 알게 되는 획기적인 해법을 계속 만들어내는 산업 부문에서는 투자자의 과도한 낙관론과 기대감이 주가를 계속 밀어 올리게 되고 결국은 이 때문에 수익이 저조해진다.
필수 소비재 부문은 수익 면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실적을 내왔다.
보건의료, 필수 소비재, 에너지 부문이다. S&P500 지수에서 살아남은 20대 고실적주 가운데 보건의료와 필수 소비재 부문이 90%를 차지한다. 보건의료와 필수 소비재 부문에서는 고품질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전 세계 시장에서 상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 기업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0개 산업 부문 가운데 9개 부문에서 S&P500 지수에 추가 편입된 신규 기업이 원조 기업의 실적을 밑돌았다. 부문의 시장 비중이 급증할 때 지수에 편입된 신규 기업은 투자자에게 엄청나게 저조한 수익을 안긴다.
거품 신호를 찾아냈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을 내는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품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거품이라 의심했던 ‘회의론자’는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거품이 아니라 호황이라 굳게 믿는 신봉자는 늘어난다. 거품이 일단 커지기 시작하면 그 거품이 언제 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품을 확인했으면 한 걸음 물러나서 관련 기업이나 업종에 대한 투자를 멈춰라. 운 좋게도 한참 거품이 형성 중인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바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마라. 거품 낀 주식이라면 당장 팔기 아까울 것이다. 실제로 팔고 나서도 바로 거품이 꺼지지 않고 한동안은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너무 빨리 팔았나 싶은 마음에 속이 쓰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편이 이득이다.
나는 기술주 거품은 언젠가는 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거품이든 아니든 가치 평가가 항상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라. 궁극적으로 시장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법이다.
신규 상장 기업이 ‘창조’하는 신제품과 서비스는 전체 경제에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신규 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고 수익을 내는 데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신규 상장주를 매수해도 좋을 때가 있다. 몇 년 후 아무도 그 주식을 매수하려 들지 않을 때 그리고 그 주식의 실제 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거래될 때 말이다.”
신규 기업 혹은 신규 상장주는 절대로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옷 같은 것이야 유행에 따라 사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남들 하는 대로 했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인터넷 통신량이 100일마다 2배로 증가하리라는 이 통계치 하나가 통신업계의 ‘독이 든 성배’가 됐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따름이다.13 거품 시기에는 과대 선전이 사실이 되는 반면에 확실한 정보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지 않는 사실은 ‘부적절’하다며 외면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버핏은 1985년도 연차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런 형태의 투자가 이익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망상이었다. 국내외 수많은 경쟁 업체가 똑같은 유형의 전략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업계 전체로 퍼졌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비용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은 이 낮아진 가격이 업계 전체의 가격 기준이 됐다. 개별적 차원에서 보면 각 기업의 투자 결정이 비용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전체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결정이 서로 그 효과를 중화시킴으로써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두 행진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각기 발꿈치를 들면 더 잘 보이겠거니 생각했을 때 벌어지는 일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각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구경꾼 전부가 발꿈치를 들면 전체적으로 처음과 똑같은 상태가 돼버린다.) 투자가 거듭될수록 판돈만 커지고 주머니는 계속 텅 빈 채였다. 섬유 사업부를 다른 누군가에게 팔아치우고 싶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투자자도 대부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회사명은 그대로 둔 채 버크셔의 섬유 사업부를 정리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다들 알다시피 결국 이곳은 고수익을 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폐쇄형 투자 회사가 됐다.
초우량 기업의 경우 기술은 그저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보조적 역할을 할 뿐이었다. 자본은 생산성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사용해야 한다. 너무 과한 자본적 지출은 이윤의 무덤이자 가치의 파괴를 부른다.
‘월마트 효과The Wal-Mart Effect’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맥킨지McKinsey & Co.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월마트의 사례는 신경제에 관한 과장된 선전을 논박하는 확실한 증거다. 적어도 월마트가 보인 생산성 우위 중 절반은 매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경영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보기술과는 무관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월마트 그리고 뉴코. 이 세 기업은 각 업종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실을 떠안고 있을 때 홀로 번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다들 어떻게 필패의 대세를 거스를 수 있었는가?
세 기업 모두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꾸준히 추진했다. 그리고 셋 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부문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각기 속한 업종에서 저비용 생산자가 되는 데 필요한 독창적 전략을 개발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역시 경영 방침에 있다고 본다. 이 세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이 각기 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피하는 한편 모든 직원을 기업의 일부로서 존중하는 근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배당금은 언제나 주주 수익의 주요 원천이었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투자자에게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배당금의 전제 조건이라 할 건전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이나 주식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1980년도 연차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선호하는 인수 대상은 현금을 소비하는 쪽이 아니라 현금을 창출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1991년도 연차 보고서에서 “(미래 전망은 우리의 관심 사안이 아니고 ‘장세 전환’ 국면에도 관심이 없으며) 꾸준한 수익력을 갖춘 검증된 기업을 찾는다”며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다시 말해 버핏이 현금 흐름이 꾸준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투자자가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그래도 시장 주기는 장기 투자자에게 결국 수익을 안겨 준다. 다만, 이 수익은 적절한 시점 선택(타이밍) 때문이 아니라 배당금의 재투자에서 비롯된다.
비관론이 투자자와 시장 분위기를 압도할 때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다.
배당금을 재투자한 주주는 주식 수가 100% 증가했고 실제로 필립 모리스 주주의 총수익은 S&P500 지수 수익을 넘어섰다.
투자 수익의 기본 원칙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이익성장률이 성장 기대치를 초과할 때 수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배당금 지급이 꾸준한 기업에서는 비용 평균화 기법이 효과가 있다. 투기성이 큰 종목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고 따라서 비용 평균화 기법으로 큰 수익을 낼 가능성도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