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렸습니다 1

by 아르노

쳇바퀴 돌듯 늘 똑같은 하루였다.

나에게 달라지는 것은 날짜라는 숫자와 가끔 변하는 날씨뿐이었다.

어느새 적응해버린 회사일 이외에는 온전히 내 것이 없는 날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정말 배울 것과 새로운 것이 많았다. 하루하루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으로 새로웠다.

매일매일 출퇴근 시간이나 회의 시간에 만나는 각각의 사람들이 새로웠으며, 바라보는 풍경들 또한 신기했다.

매일이 벅찼었던, 그때는 그랬다.


어느새 익숙해진 회사 일은 그동안에 쌓았던 지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고,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 필요한 지식을 공부하는 건 그때뿐이었다.

일종의 ‘적응’이라는 걸 해버린 건지 ‘요령’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 학생 시절 몇 시간씩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회사에서 말고는 어려웠다.


집중력이 약해진 게 나이 탓인가, 건강 탓인가 해서 보약도 챙겨 먹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아 아침에 잘 일어나 지긴 했다.


회사에서 가끔 잡히는 회식과 밥 한번 먹자 하는 주위 친구들과의 무의미한 약속들.

이런저런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느새 한정된 영역에만 있었다.

무엇이든 해보자고 시도해 볼 용기마저 잃어버렸다. 평일엔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 변명을 했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정작 누워있기만 했다.

아마도 직장 생활 3년 차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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