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재료의 질과 양을 더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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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재료의 질과 양을 더하는 행위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격렬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살면서 겪은 경험과 지혜가 합쳐지면서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내공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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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의 속설에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면 낯선 환경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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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매번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낯설게 보고 자신을 재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 삶은 똑같은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도 좁아진다. 낯선 경험을 하기도, 무뎌진 눈으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거듭되는 경험을 통해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저런 타입의 사람을 몇 명 만나 봤지. 대화가 전혀 안되는 피곤한 스타일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 책에는 저자의 삶과 생각 혹은 그가 본 세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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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런저런 경험을 해 봐야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갈 내공과 지혜가 쌓이는 데 말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은 젊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점점 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경험과 지혜가 부족하다면 평소에 지혜로운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 독서를 부지런히 해 두어야 한다. 그렇게 독서가 쌓일수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차차 사라지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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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쌓는다는 것은 화학적인 결합과 비슷하다.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들이 혼합되었을 때 어떤 새로운 성질을 가진 화합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합성물을 얻기 위해서는 질이 좋은 재료가 충분히 있어야 하며, 압력과 열이 일정 시간 이상 가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재료의 질과 양을 더하는 행위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먼저 생각하고 책을 읽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당시에는 알지도 못한 채로 읽는 경우가 더 많다. 그저 성실하게 책을 읽어 나가고 다른 이의 생각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동안 책에 담긴 지혜와 지식이 내면에 쌓인다. 이렇게 독서로 쌓아 온 것들이 내가 직접 살면서 겪은 경험과 뒤섞이면서 나만의 독특한 내공이 된다. 다른 기업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손정의만의 내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