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기계를 구매해 공장을 돌려야 무급노동을 취득할 수 있고,
화폐를 모아 은행을 차려야 이자로 무급노동을 분배받을 수 있다.
무급노동을 취득하거나 이전받을 수 있어야 돈은 비로소 자본이 된다.
1.
화폐로 기계를 구매해 공장을 돌려야 무급노동을 취득할 수 있고, 화폐를 모아 은행을 차려야 이자로 무급노동을 분배받을 수 있다. 무급노동을 취득하거나 이전받을 수 있어야 돈은 비로소 자본이 된다. 그런데도 보통 돈을 자본으로 오해하는 것은 무급노동 역시 최종적으로 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풋과 아웃풋만 보자면 돈이 돈을 낳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착취를 통해 증식될 수 있는 돈만 자본이다.
2.
기술진보는 생산성을 상품소비로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20세기 초 포드자동차는 노동생산성을 일곱 배 높였는데, 만약 그 자동차를 구매할 소비자가 없었다면 공장의 상당 부분이 가동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높아진 생산성만큼 판매가 늘지 않으면 유휴 자본이 증가해(가동률이 저하돼) 자본 절약 효과가 상쇄된다.
3.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오래된 착각 중 하나는 임금을 노동의 대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경제학은 임금, 이윤, 지대를 노동, 자본, 토지라는 생산요소에 대한 보상이라고 정의한다. 분배 정의는 노동자, 기업, 지주가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능력 소유자인 노동자는 다른 생산요소 소유자와 평등하지 않다. 노동자는 자본의 통제 속에서 노동한다. 생산물 역시 소유하지 못한다. 심지어 기여에 대한 평가도 기업이 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서 임금은 순전히 기업이 그렇게 평가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4.
기업이 노동을 최대한 추출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계를 도입해 인간이 기계의 작업과정을 따라가도록 만든다.
둘째는 위계적 명령으로 종사자들의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셋째는 시간급과 성과급이라는 보상 형태를 이용해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오래, 더 세게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노동자는 소득을 늘리기 위해 시간급에서는 더 오래, 성과급에서는 더 강도 높게 일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명령은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인데 반해, 기계와 임금은 자본주의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이전보다 노동 추출에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명령보다도 나머지 둘에 특별한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5.
수리기사가 할당된 지역에서 몇 건의 수리를 하는지는 그의 능력과 전혀 관계가 없다. 예로 홍길동 씨가 맡은 甲지역에서 텔레비전 전원 고장 100건이 발생했고, 김철수 씨가 맡은 乙지역에서 텔레비전 화면 고장 100건이 발생했다고 치자. 홍길동 씨의 월급은 67만 5,000원이고, 김철수 씨의 월급은 112만 5,000원이 된다. 둘의 임금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이는 순전히 운 때문이다. 둘은 경쟁 관계도 아니고, 고장 신고가 그들의 능력에 비례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B기업이 이런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리기사들이 자발적으로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건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리기사들이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보장받으려면 몸이 아프든 말든, 열 시간이든 열두 시간이든 고장 신고를 처리해야 한다.
6.
성과급은 직장 내 ‘갑질’을 종사자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임금체계다. 성과급은 임금총액을 두고 종사자들이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기업이 정해놓은 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종사자 스스로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기업 내 갑질은 이런 임금체계에서는 ‘성과 평가’라는 숫자로 포장된다. 물론 성과의 보상은 실제 지출한 노동보다는 항상 적다. 이윤이 존재하는 한, 제대로 된 성과 보상이라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