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자유로 향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것을 언젠가 다 해낼 것이라며
인간의 한계를 부인하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그 대신 중요한 몇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1.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내가 더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집념에 의해 악순환된다. 생산성이 삶에서 진정 의미 있는 것들을 우선순위 저 멀리 밀어내는 좋은 핑계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일을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삶에서 진정 의미 있는 것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는 한편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만한 원동력이 나에겐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수필가 매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은 많은 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지는 관찰한 후에 “우리 시대의 정신은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다. 현대인은 나와 나의 아이들을 정체불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준비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따라잡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누군가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더 오랜 시간 일하며 얻은 추가 수입을 더 많은 소비재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면서 경제라는 기계 안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의 결과는 마음의 평화와 안도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인생이라는 시간을 소중한 가치에 쏟지 못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2.
2014년 어느 겨울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브루클린에 있던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압박감으로 평소보다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내가 세운 목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효율성, 철저한 자기관리, 내가 모든 것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노력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해준다는 방법들이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세웠던 목표들이 도달할 수 없는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책을 하기 힘들게 된다.) 당시에 나는 왜 모든 시간 관리법들이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 위해 시간 관리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3.
삶이란 결점 투성이에 쉽게 상처받고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로 짧을 뿐만 아니라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나의 영향력은 한없이 미미하다 해도 우리가 단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위축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상황과 정신적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4.
심리적 자유로 향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것을 언젠가 다 해낼 것이라며 인간의 한계를 부인하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그 대신 중요한 몇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5.
우리가 ‘모든 것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결국 ‘우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우리가 정복하려는 ‘모든 것’의 크기를 한없이 키워가기 때문이다.
6.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을 소비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려는 의지다. 왜냐하면 실존적 압도감은 경험해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대부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경험들을 완전히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고, 매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7.
시간을 절약하고 기존의 삶에 더 많은 것을 끼워 넣는다고 해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다.
8.
나는 매일 수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삶을 만들어나가는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을 영원히 차단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정하다(decide)’라는 뜻의 라틴어 descidere는 대안을 ‘잘라내다(to cut off)’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homicide(살인)’나 ‘suicide(자살)’ 등의 단어와 사촌 격이다.) 제아무리 최고의 인생을 머릿속에 그려본다고 해도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삶이란 결국 수많은 가능성에 작별인사를 하는 일의 연속이다. 이 모든 한계에 대해 정말로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그 한계에 기꺼이 당당하게 맞서볼 의지가 있느냐이다. 하이데거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주어진 주요한 도전 과제라고 주장한다. 유한성은 우리의 삶을 정의하기 때문에 진정한 삶을 경험한다는 것, 즉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분명하게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이데거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고 말한 것이 바로 삶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또한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며, 우리의 선택에는 무수한 희생이 뒤따르고, 시간은 오늘, 내일 그리고 다음 달이 지나가면서 계속 닳아서 없어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상투적인 표현처럼 하루하루를 마치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분명한 미래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9.
인간은 의식적으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결과를 직시할 때 비로소 진실로 자신의 삶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
10.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교통체증과 공항 보안검색대의 긴 줄, 새벽 5시가 되도록 잠을 자지 않는 아기, 어제 분명 설거지를 했지만 오늘밤 식기세척기에 또 그릇을 넣어야 하는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같이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사소한 스트레스 요소들을 마주할 때의 자세 또한 변화시킨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런 소소한 인생의 좌절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내 행복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지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생산성에 집착하던 시절에는 최악이었다. 왜냐하면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할 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끼어드는 소소한 일들 때문에 비싼 다이어리에 공들여 그려놓은 일정표에 차질이 생기며 시간이 지연되는 것만큼 짜증이 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당연히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 경험이 짜증나게 한다는 사실보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놀라울 수도 있다.
11.
대안을 포기하는 것이 자신의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을 인정하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 마침내 직장에 사직서를 내거나 부모가 되거나 지겨운 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내 집을 마련하는 등 두려워하고 미뤄왔던 일들에 대해 의외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때 불안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선택한 길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라.
12.
원하는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은퇴를 위해 돈을 모으거나 투표를 하는 것이 절대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지금 하는 노력이 성공이라는 대가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다.
13.
우리는 불가피하게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체계적인 시간 관리)’에 집착하게 되고, 그 결과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을 잘 사용하는 데 집중할수록 하루하루의 삶은 더 평화롭고 더 만족스럽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전락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는 절대 오지 않는다. 이런 태도의 문제는 시간을 도구화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시간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처럼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14.
갑판에 쌓인 일 더미를 모두 처리하고 나면, 더 나은 조직체계를 만들면, 학위만 취득하면, 몇 년을 투자해 필요한 기술을 확실히 배우면, 또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거나 아이를 갖게 되면, 자식들이 독립을 하면, 사회적으로 혁명이 일어나 정의가 구현되는 날이 오면, 그제서야 모든 것이 평정을 찾고 조금 긴장을 풀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인생은 몸부림의 연속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 삶은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진이 빠질 만큼 버겁겠지만, 항상 미래에 있는 어떤 순간의 진실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1970년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동화 연구가 마리 루이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는 그런 존재의 이상한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이상한 태도와 느낌이 있다. 한동안 이런저런 일을 하겠지만 여성과의 관계든 직업이든,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미래에 언젠가 진짜가 나타날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산다. … 그런 종류의 사람이 두려워하는 한 가지는 어디에든 매여 있는 것이다. 속박을 받고 시공간에 완전히 들어가고 본연의 인간이 되어보는 것에 대해서도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
15.
작가 제임스 홀리스James Hollis는 인생의 모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것을 권한다. “이 선택은 나를 소모하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성장하게 하는가?” 이 질문은 불안감에서 도망치는 충동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의 관계를 끊어야 할지 계속 유지해야 할지 혹은 직장을 떠날지 두 배 더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볼지를 결정할 때, 언제나 어떤 결정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지를 묻는 것이 가장 편안한 결과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우유부단하게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직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 혹은 일에 있어 어떤 것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도전인지 어떤 일이 영혼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일인지 느낄 수 있다. 가능한 한 편안한 소모보다 불편한 확장의 기회를 선택하라.
16.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내가 더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집념에 의해 악순환된다.
17.
시간을 정복하려는 노력의 첨단을 달리면서 나는 삶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시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어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18.
인간의 한계성을 마주하고 그 한계성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즐거워진다.
19.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살수록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늘어나면서 당신이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상쇄해버릴 것이다. 결국 효율적인 삶은 당신의 일을 끝내기는커녕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20.
로버츠 교수의 3시간 동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과제와 마찬가지로 이 훈련은 기꺼이 멈춰서서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발을 떼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한 사람과의 결혼생활을 진득하게 버텨내야 하고,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 깊이 뿌리내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봐야 한다. 이것은 모든 행위에 필요한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만 얻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빛나는 성취일 것이다.
21.
아마도 자신의 상황은 특별한 경우이며 특정한 상황에서는 끔찍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불가능한 업무량을 계속 감당하지 못하면 해고되고 수입을 잃을까 봐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불가능할 정도로 과한 업무를 강요했다면, 아무리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그 일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오직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