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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장사의 신

by 아르노


1.

가게는 ‘일단 손님을 어떻게 끌고 올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게가 어떻게 계속 돌아가게 만들까’ 즉, 한 번 온 손님을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다시 오게 만들까가 중요하다는 것을.


2.

아버지는 “음식점은 건전한 ‘다단계 사업’이야.”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가게를 좋아해주는 손님이 다음 손님을 데려와주고, 그 손님이 또 다음 손님을 데리고 찾아와주니까. 가게라는 건 그런 식으로 성장해간다는 의미였다.


3.

거기 간판이랑 메뉴를 카메라에 담곤 했지. 일본에 돌아와서는 촬영한 수십 장의 사진을 자기 가게에 붙여놨어. 손님이 그런 걸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왠지 매력적이잖아. 유지는 항상 그런 식으로 가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런 고민들을 할 때면 얼굴은 밝고 생기가 넘쳤어. 그러니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붐빌 수밖에. 굳이 어려운 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가게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 유지는 바로 그런 걸 내게 가르쳐주었다고 생각해.


4.

영업을 끝내고 동료들과 자주 들르던 술집에서 먹었던 메뉴. 그건 그저 치즈랑 피망을 둘둘 볶기만 한 거였어. 그게 우리가 이토록 공들여 만든 햄버거랑 똑같은 금액인 600엔. 결국 술집에서 먹고 싶은 요리란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았지. 어떤 노력보다도 손님이 즐겁고 가게가 편안한 것, 그게 중요하다는 걸 말이야.


5.

종종 라면 가게를 갈 때면, 나는 항상 참 안타까워. 라면 가게는 보통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쓰잖아. 수프에도 엄청난 재료를 쓰고 말이야. 하지만 손님들은 큰 솥에서 끓고 있는 그 상태만 볼 수 있으니 그 재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 만약 나라면, 카운터 자리랑 마주보는 쪽 주방 벽에다 유리문 냉장고를 설치할 거야. 그리고 하루치 수프 재료를 그 안에 걸어놓고 ‘몇 월 며칠분, 돼지뼈 50kg, 닭발 30kg’ 이런 식으로 써놓는 거지. 말린 생선 포대에도 ‘몇 월 몇 일분 ○○kg’이라고 붙여서 손님 자리에서 보이는 데다 놔둘 거야. 그걸 보는 손님들은 대부분 무척 신기해하거든. 왠지 믿을 만한 가게라고 느껴지고 말이야. 평소와 똑같은 라면을 내더라도 더 잘 팔리는 가게가 될 거라 생각해.


6.

가게란 스스로 한 나라 한 성의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상대방에게 “만날 화장실 청소는 내가 하잖아!” 같은 사소한 불만도 쌓이기 마련이니까.


7.

자고로 가게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가게를 경영하기 위한 진짜 실력이 생기지 않아.


8.

개중에는 가게를 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급이 좋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그럴 시간이 있으면 시급이 싸더라도 요식업 현장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게 더 좋아. 보디빌더랑, 처음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프로레슬러가 링 위에서 프로레슬링 시합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엇비슷한 근육처럼 보여도 경험의 차이가 커서 승부조차 되지 않을 거야. 가게 경영도 마찬가지야. 성공에 지름길은 없어. 무조건 현장에 나가 ‘어떻게 팔까?’ 머리를 쥐어짜내고 고민하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9.

메뉴를 더 늘리고 싶은데 장소가 없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부엌을 이용해. 어엿한 사전 준비용 주방이 될 테니까. 자금이 모자란다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하면 된다는 이야기야.


10.

차도 일륜차보다는 이륜차가, 이륜차보다는 삼륜차가 더 안정감이 있듯이, 가게도 1개보다는 2개, 3개 정도를 내면 점점 경영이 안정되기 시작해. 그러기 위해서는 개업 후에도 열심히 자금을 모아야만 해.


11.

우리처럼 작은 가게는 유행을 쫓아갈 게 아니라 질릴 일이 없는 ‘평범한 가게’를 목표로 삼아야 해.


12.

불경기는 오래 장사를 하게 되면 누구든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일이야. 그러니 그런 시기에 가게를 여는 건 스스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대의 찬스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13.

‘접객이란 건 무조건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거다.’


14.

독립을 목전에 둔 점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가게에 대한 비전이 있느냐’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점장을 결정할 때, 경영 노하우가 확실하다거나 요리 기술이 뛰어나다거나 뭐 그런 건 중요하게 보지 않아. 단순히 ‘점장이 되고 싶습니다!’ 하고 손 든 애부터 고르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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