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염된 정의

김희원

by 김알옹

32년 차 기자가 모든 사람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 (특히 네임드 정치인은 그 소속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중간에 정치인 비판하는 부분에선 '그래서 어쩌라고... 그렇게 비판만 하고 대안은 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본인의 생각에서는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전반적으로 '그래서 지금 언론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32년 차 기자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본인은 황우석 유전자 복제 실험의 조작을 <PD수첩>과 밝혀냈다고 한다. 다양한 사회 현상을 특집기사로 다루기도 했고... 그리고? 그럼 본인이 속한 한국일보는 대단히 훌륭한 언론인가? 저렇게 사회의 모든 분야를 비판만 늘어놓고 대안은 없는 투덜이 스머프는 마을에서 쫓아내고 싶다.


기업들한테 500만원 1000만원씩 받아가면서 광고기사 써주고(조선일보가 제일 비싸다), 어떤 언론은 기업의 자회사이고 (한경은 삼성/현대/LG/SK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소유, SBS는 태영이었는데 바뀌었던가... 한국일보도 동화기업에 인수됐다), 인터넷 뉴스에 <'이것' 먹었더니 암세포 사라져...>, <연예인 xxx가 먹고 5kg 뺀 '이것'은?> 따위의 이것 뉴스로 조회수 장사나 해 먹고, 오탈자 검증도 안 한 기사들이 허다하고, AI로 생성시켰다는 기사를 대놓고 독자들에게 말하고(그럼 너희는 뭐 하러 존재하는가), 유튜브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거나 연예인 인스타 내용이나 퍼오는 걸 기사랍시고 올려놓고, 정권에 빌붙어 권력의 개가 되어 앉으라면 앉고 누우라면 눕다가 어디 뼈다귀 하나 안 떨어지나 꼬리나 흔들면서('그 작은 파우치...'나 심우정 딸한테 하는 꼬락서니), 권력이 바뀌면 밥 주던 주인을 물어뜯는 하이에나 같은 기레기들 아닌가? 그 행태란 여기 수십 줄도 더 쓸 수 있지만 그걸 생각하고 쓰는 내 뇌와 손가락이 '오염'될 것 같아서 이만큼으로 줄인다.


13.jpg 기레기 연기를 맛깔나게 해낸 김대명 배우님 (사진출처: 영화 <내부자들>)


32년이나 일했으면 언론 내부를 돌아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반성하고, 어떻게 정화해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오염'된 '정의'라... 이젠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고유명사화된 단어로 불리는 '기레기'가 '오염'된 동료들을 바라보지 않고 세상을 향해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원에 빚을 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