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섭
넷플릭스에서 <소년의 시간>을 봤다. 10대에 접어든 자식이 있는 부모는 꼭 시청하면 좋겠다. 성실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아빠가 감옥에 간 아들의 침대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진짜 착잡해지더라.
영국에서는 총리가 전국 중학교에서 이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했다던데, 인셀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후 가장 강력하게 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드라마다. 젠더 갈등이 실제 폭력으로 연결되는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교육 현장이 무너지는 건 덤으로 따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10대 남학생은 대부분이 일베를 하고 20대는 펨코를 한다는데, 그 안의 '일부' 남자애들의 생각은 관용 따위는 없이 아주 극단적이라고 한다.(일베의 해악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온라인상에서 남녀 갈라치기 전략을 몇 년 동안 공들여서 실행해 결국 2-30대 남성 표를 가져와 사회를 분열시킨 이준석이 정말 악한 사람인 이유다. 갈등만 만들어내고, 비판을 위한 알맹이 없는 비판만 공허하게 부르짖는 말장난꾼. 이번 대선에서 다시 재기 불가능하도록 철저히 실패하길 바란다.
저놈의 드라마 때문에 갑자기 '우리 애가 나중에 비행청소년이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었는지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을 빌려와서 읽어봤다. 저자는 8,000명 넘는 비행청소년 지도 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행 전문가이다.
남학생은 담배(14세) - 술(15세) - 오토바이(16-17세) - 문신(18-19세) - 카푸어+동거(20-24세)로 이어지는 비행의 공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학생은 담배(14세) - 술(15-16세) - 성(16-17세) - 명품(18-19세) - 동거(20-24세). 이 행동들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학생들의 돈을 갈취, 절도, 불법 알선/성매매, 하거나, 불법 도박이나 채무를 이용해서 마구 돈을 쓴다. 이들만의 세상에서 놀이는 PC방(12세) - 코인노래방(13-14세) - 당구장(15세) - 볼링장(16세) - 스크린야구장(17세) - 스크린골프장(18-19세)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네, 형.'이라는 깍듯한 존칭을 누군가한테 쓰면 비행을 저지르는 준거집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한다. 오토바이/택시/킥보드가 주요한 이동수단이며, 또래 친구들과 욕설과 패드립을 거리낌 없이 일삼는다. 자신의 나이를 연도로 이야기하고(나 12년생이야), 특이하고 독특한 복장이나 특정 브랜드에 집착한다. 물론 가정의 무관심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준거집단에 잘못 물들면 가정 안과 밖에서의 이중생활이 시작될 수도 있다.
다행히 사는 동네가 유해한 환경이 거의 없는 곳이고, 10년 넘게 지내면서 지켜보니 불량해 보이는 학생들도 별로 없어서 안심하고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대치동이니 의대니 다 필요 없고, 우리 집 아이는 그냥 이 동네에서 무사히 자라서 평범하게 자기 밥벌이하면서 적당한 나이에 가정을 꾸려 별 탈 없이 건강히 지내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