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조승리

by 김알옹

도서관에 갔더니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이 신작 서가에 꽂혀 있었다. 같은 작가님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함께 빌려서 한꺼번에 읽었다. 과격한 제목이 눈에 밟혀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책이다.




조승리 작가님은 15세에 시력을 잃을 거라는 진단을 받고 20대 초반에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다. 작가님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지랄맞음...>은 작가님의 과거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시력을 잃게 되는 과정, 어머니와의 많은 사연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고향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자기의 생각을 정확히 바라본다. 소재가 장애일 뿐 비장애인들보다 글을 더 잘 쓰신다. 안마를 업으로 삼아 사람들을 만지고 치유하기도, 상처받기도 하면서 돈도 악착같이 넉넉하게 버신다. 그리고 용감하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계시며, 플라멩코(!)를 추신다.


어둠 속의 댄ㅅ... 아 아냐 우울한 영화 제목과 똑같으니 빛나는 댄서라고 해야겠다.


그럼에도 많은 에피소드에서 비장애인들이 가진 편견을 엿볼 수 있었다. 비장애인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상처가 있었을 테지만, 작가님은 단단하고 뾰족한 마음으로 악의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을 버텨내고 이겨낸다.


나는 주변에 장애를 가진 분이 안 계셔서 사실 잘 모르는 세계다. 아무리 글이나 뉴스 등으로 접한다고 해도 옆에 직접 사람이 없으면 내가 장애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지 도통 알 수 없다. 그저 티 안 나는 배려를 하되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해야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을 뿐이다. 사람은 간사하고 마음은 구름 같아서 실제 상황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릴없이 흩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사연을 접해서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상(?)에 물들어야 하고, 국가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장애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데 왜 비난, 멸시, 차별을 받아야 하나?


그리고 우습게도 눈이 안 보여도 오디오북과 점자로 책을 계속 읽고 심지어 쓰기까지 하는데, 멀쩡한 내가 눈 걱정하면서 책을 게을리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향신문에 작가님 에세이가 연재되고 있으니 읽어보시고 글이 좋다 싶으면 책을 사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광고 아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