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5월 결산

짧은 생각들

by 김알옹

5월은 휴일도 많고 날씨도 좋고 책 읽기 딱 좋은 달인데, 막상 나는 근로자의 날-어린이날-부처님 오신 날 연휴 때는 딱히 뭘 안 하고 5월 중순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다. 5·18 즈음에 광주 생각이 나서 마음을 다잡고 매일 읽고, 그다음 주엔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밤에 애가 자고 나면 계속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역시나 두서없이 컨셉도 주제도 없이 마구 읽어댄 5월의 독서 기록.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




소경섭 <청소년 비행의 모든 것>




이세이 <어린이라는 사회>




황현필 <황현필의 진보를 위한 역사>


식민지근대화론, 독립운동 깎아내리기, 김구에 대한 모욕, 제주 4·3 사건의 왜곡, 이승만 국부 만들기, 6·25 전쟁의 사실 은폐, 박정희 신격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통일 반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신을 훼손하는 뉴라이트 버러지들에게 일침을 놓는 황현필 선생님의 계몽서. 책 두께만 보고 굉장히 깊은 내용이 등장하나 했다가 막상 읽어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왜곡된 역사에 물든 사람들에겐 힘든 내용일지도)


광주 교육감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계엄-탄핵 정국에서 한자리 해먹으려고 강사 자리도 박차고 나와서 지금은 부정선거를 외치고 있는 유튜버 누구와는 180도 대조되는 행보다.




천근아 <느린 아이 부모 수업>

김붕년 <아이의 뇌>




이종성 <야구의 나라>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야구의 친일/엘리트주의가 어떻게 고교야구의 중흥으로 이어져 프로야구 출범까지 이르게 됐는지 분석해 놓은 책. 영국이 인도에 크리켓을 심은 것처럼 미국은 일본에, 일본은 우리나라에 야구를 심었다. 2024년부터 천만 관중을 넘어선 KBO를 보며, 얼마나 다른 프로스포츠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여가를 보낼 장소나 놀거리나 돈이 부족하면 야구에 사람이 이렇게 몰리게 됐는지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대기업이 모든 야구팀을 소유하며, 각 구단의 홈구장은 지자체가 팀에게 대여해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구장에서 구조물이 추락해서 사람이 맞아 죽었다. 창원시는 사고 때는 자기 탓 아니라고 잡아떼다가 국토부에게 지적당하고, 안전점검 및 복구에 늑장을 부리며 팀이 계속 원정경기만 돌게 만들고, 팀이 못 견뎌 가까운 울산구장을 사용한다니까 그제야 부랴부랴 팀이 돌아오라고 언플이나 해댔다. NC는 지쳐서 연고지 이전을 고려한다고 한다.


팀에 외국인 선발투수 두 명이 있지만 한국인 선발투수 두세 명을 제대로 구비해 놓는 팀이 반도 안 된다. 뒷목 잡는 실책은 매년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무한 생성된다. 프로라는 놈들이 싸인해 달라는 팬들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매년 음주 운전하는 선수가 서넛은 나온다. FA 계약을 따내 4년에 50억 원 70억 원씩 받는 선수는 자기 관리 실패로 2군에 가서 감감무소식이다. 32년째 우승을 못하고 있는 팀도 있는데 그 팀의 올 시즌 홈 관중은 2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 팀을 난 응원한다. 정신건강에 정말 해롭다. 내가 화가 나서 야구를 까는 건 절대 아니다. 절대...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정덕시 <거미는 토요일 새벽>


책을 고를 때 빠르게 책장을 넘겨보니 거미가 등장하고 ’두희‘라는 이름이 계속 나오길래 카프카의 <변신>처럼 거미가 된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두희는 반려타란툴라의 이름이어서 조금 허탈했다. 하지만 17년을 함께 지낸(정확히는 같은 공간에 분리되어 머문) 두희와의 이별 과정이 담담하게 드려져 있었다. 펫로스와 동물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며 충분히 소설 주제로 등장할 만하다.




설재인 <레드불 스파>


골 때리는 책이다. 청순가련컨셉의 아이돌 멤버가 한 번의 실수로 대중의 사랑을 잃고 방황하다 겨우 여자복싱 선수가 되어 재기하려고 애를 쓴다. 태국 선수와 경기가 잡혔는데 경기 전날, 갑자기 서울에 좀비 바이러스가 돌아서 대혼란이 벌어진다. 이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 읽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11년 동안 복싱을 연마하셨다고 하고, 자신의 소설에 복싱이 꼭 등장한다고 한다. 웃겨… 가볍게 읽었다.




정해연 <드라이브>




윤성희, 장류진, 조경란, 김화진, 정소현, 박형서, 백수린 <시작하는 소설>




김금희 <첫 여름, 완주>


출판사 대표와 소설가가 잡지 화보를 찍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와 화보 모두 알차고 아름답다.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김영민 <한국이란 무엇인가>


MBTI가 N이고, 공부를 엄청 많이 하고, 매사에 비판적이며, 개그욕심이 있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한국 사회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들여다보면 나오는 결과물이 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한번 그의 명절 퇴마용 격문을 읽어보자. 모든 것은 이 글에서 시작되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오창석 <민주당 DNA 갈아엎기>


‘사장남천동‘으로 활약 중인 오창석님의 정책 제언집. 순전히 '아니 오창석이 책을..?'이라는 생각에 들고 온 책이다. 유튜브에서 깐족대던 모습만 보다가 진지한 모습 보니까 어색하다. 이번 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 헬마우스 임경빈님과 함께 사람들 속 시원하게 해 줬는데 앞으로 활발한 정치활동 많이 기대해 본다.




한강 <빛과 실>


적당히 아쉬움을 드러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정도로 마무리할 정도의 책인데, 우연히 어떤 매체에서 말인지 글인지 똥인지 주절댄 기사를 보고 혀를 찼다.


[말말말]


이틀을 앓고 일어나니 한강의 『빛과 실』이 2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 특징은 소수자와 약자, 나약한 인간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의 상처를 詩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갑자기 그가 낯설다.

그의 작품을 출간한 국내 3대 메이저 출판사는 200만 부를 판매하는 호황을 누렸다.


최근 어떤 출판사는 직원을 감원했고 공간을 줄였고 또 어떤 출판사는 이제 전기세도 미납되었다고 한다.

그가 늘 주장하는 ‘약자’를 고려한다면 이번 책은 작은 출판사에서 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빛과 실』을 읽었지만 노벨상 수상 소감 전문을 뺀 나머지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한강 작가가 이것만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많은 작가들이 축적하고 쌓아 올린 힘으로 문학의 꽃이 활짝 피어난 지점에 당신이 있었다고.

당신에게서 피어났지만 온전히 당신의 힘만은 아니었다고.


- 2025년 5월 14일 페이스북


출처 : 문학뉴스(한강, 갑자기 그가 낯설다 < 한 문장 < 출판 < 기사본문 - 문학뉴스)


일개 평론가의 개인적인 페이스북 글을 가져와 기사랍시고 싣는 매체의 저열함은 뭐 기레기가 기레기 했다 치자.


저 평론가는 '다들 김밥천국에서 먹는데 왜 넌 미슐랭 먹어? 김밥천국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김밥 먹어야지. 그 미슐랭 내가 보내준 거라고!'라는 시기와 질투를 여과 없이 내뱉는다. 글쎄요. 광주와 제주에서 희생당한 분들의 영령이 한강 작가님께 노벨상 지분을 요청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한승원 작가님이 딸에게 물려주신 유전자와 양육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신다면, 혹은 수많은 독자들이 우리가 책을 읽으며 감동받고 눈물지으며 응원했으니 지분이 있다고 외친다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수많은 작가들? 대신 한 문장이라도 써줬소? 막상 저 책을 기획하고 판매한 메이저 출판사에게는 한 마디도 벙긋하지 못하는 비겁한 자. 이런 어그로에 낚여서 화를 내면 안 되는데 곱씹을수록 "너 뭐 돼?"라는 말만 나온다.


배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거나 변기에 앉아서 밑으로 쏟아내면 나아지는데 입으로 배설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모여 축제가 되겠지>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을 읽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교황으로 선출되는 분의 반전이 좀 과한 감이 있지만 쉬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추기경님들과 수녀님들이 이렇게 반전과 사이다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역량이 정말 뛰어나다. 가끔 재미있는 스릴러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 재미있기도 한데, 이 책이 그런 경우 아닐까?


요즘 딱히 극장에 가지 않고 '좀 기다렸다 OTT에 뜨면 그때 봐야지~'라는 시청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나다. 그래서 영화 <콘클라베>도 아직 안 봤다. 이 책대로만 영화가 뽑혔다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을 것 같고, 실제 관람평도 호평 일색이다. 곧 OTT에 뜬다고 하니 소설과 비교해서 관람해 봐야겠다.


하필 전임 교황님의 선종 후 콘클라베가 열린 타이밍에 해당 영화가 맞물려 화제가 됐는데, 한국에서 참석하신 유흥식 추기경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하시길 영화가 엉터리라고 하신다. ㅋㅋㅋ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이 지랄맞음이 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