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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사회

이세이

by 김알옹

1학년 때 아이의 담임은 '미친 x'였다. 분명 자기 가정이나 학교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애들과 학부모한테 여과 없이 푸는 느낌이었다. 학부모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에 대한 불만사항을 마구 아이앰스쿨 메시지로 날렸고(아내는 오늘은 또 무슨 연락이 올까 불안해다가 결국 공황이 와서 약을 먹었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고, 폭언까지 했다고 해서 오죽하면 초소형 녹음기를 아이 몰래 가방이나 옷에 달아볼까 해서 쿠팡에서 배송까지 시켰다. (호기심 많은 애가 혹시나 발견해서 담임한테까지 발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교실에 가져가는 건 포기했다.) 몇몇 애들과 학부모들의 상황은 꽤나 심각해서 서로 연대를 할까 했지만, 1학년 초보 학부모들이라 우리 애한테 피해가 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조직적인 행동을 못했던 게 천추의 한이다.


웬만하면 사람 생김새로 판단 안 하는데,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명재완이랑 인상이나 분위기도 비슷했다. (나 '국민학교'다니던 시절에 촌지 받아 처먹고, 돈 안 준 애 괴롭히고, 피멍이 들 때까지 때리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그 썅x들 생각이 잠깐 났는데, 브런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생각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unnamed.jpg 밤길 조심하쇼...


이제 고학년이 된 아이의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가서,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감격했다. 학원에 있는 시간이 꽤나 긴 요즘 아이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부모에 버금가거나 혹은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썼다. (찾아보니 브런치가 있어서 깜놀) 학부모의 입장에 서서 '이런 분이 담임선생님이면 참 좋겠구나'라고 생각하다가 독자의 입장에서 '거 어지간히 가르치려고 드네'라는 불편함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책을 써서 학부모들을 교양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지만... 난 책에 등장하는 '진상'학부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경험 상 학교에 맡기고 느슨하게 신경을 쓰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으면 아이가 알아서 잘한다. 잊지 말자. 육아와 교육의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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