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2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접한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은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문학적 성취를 이뤄 대상작이 되었다. 또한 23년 김승옥문학상 작품집에서도 그녀의 <썸머의 마술과학>이 있었다.
23년 이전에 최진영의 소설을 딱히 읽은 적이 없어서 갑자기 여러 작품들을 접하게 되니 호기심이 들어 최신작 <단 한 사람>을 읽었다.
3+1대에 걸쳐 단 한 사람을 구하는 능력이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며, 다섯 남매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천자-미수-목화로 이어지는 능력은 꿈과 현실의 경계(목화의 표현으로는 중개)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중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못 구했다는 죄책감이나 왜 하필 나냐는 반항심에 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계속 두통에 시달려서 고통받는다.
신내림과 같은 샤머니즘적 성격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인간보다 더 지구에 오래 살아온 나무들이 선택한 사람에게 주는 천형의 거부할 수 없는 능력. 그 능력을 3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각자가 일생 동안 겪는 고통의 크기가 달라진다.
미수의 세 딸(일화, 월화, 금화) + 남녀 쌍둥이(목화, 목수)는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태도로 삶을 대한다. 금화의 증발로 인해 나머지 네 남매의 삶이 지그재그로 흘러나가는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다.
그 결말에는 각자가 행복한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스토피아 SF 소설보다는 좀 더 개인적이며 가족의 서사에 치중된 최진영식 환상특급이랄까... 아직 읽지 않은 <구의 증명>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