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
한 여자가 한강에서 투신하고,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가 이를 목격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3년 전 아들을 병으로 잃고 삶의 방향을 잃고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정희는 힘든 시간 동안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 성훈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목격하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성훈은 실종된다.
힘들게 북을 탈출해 남한으로 온 부부 철식과 록혜는 정착 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지만 프롤로그처럼 어느 날 록혜가 한강에 투신하여 목숨을 잃는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인 철식은 록혜의 죽음에 성훈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납치한다.
성훈에겐 배다른 남매 지애가 있는데, 그녀의 남편 영호는 지방 병원의 원무과장이다. 정희가 느끼기에 성훈의 실종 앞에 영호의 태도가 뭔가 이상하다. 철식은 성훈을 고문하여 성훈이 아내와 내연관계이거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고 성훈을 돌려보낸다. 아들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생활고까지 겹친 정희와 성훈이 힘들게 삶을 헤쳐나가는데, 성훈은 정희를 어떻게든 구하겠다는 생각에 록혜와 함께 자살을 꾸미려고 했지만 그게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생명보험금을 노린) 그리고 이 사건에 영호가 개입되어 있다.
그러나 성훈은 영호의 병원에 입원해서 회복하는 와중에, 다시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이제 세상에 홀로 남아 무슨 이유로 살아가야 하나 우울해하던 정희는 경찰과 철식의 도움을 받아 성훈의 죽음과 그 뒤에 도사린 영호라는 거악을 맞닥뜨리게 된다. 더 쓰면 스포가 많이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쓰겠다...(사실 이야기가 뒤죽박죽이라 제대로 정리가 안 된다)
여기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악당의 하수인으로 일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또다른 탈북자와, 약물 과용으로 죽은 그녀의 아들과, 신고정신이 투철한 어느 여인과, 마약을 소지했다가 걸리는 또다른 여인까지 등장하는데, 이게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조금 더 매끄러운 전개를 만드는 역할을 하겠지만 인물이 너무 많다. 책을 읽은 직후엔 브런치에 써먹을 목적으로 인물관계도를 하나 그릴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인물들이 모두 둘 혹은 셋 이상의 교차되는 사건들이 겹쳐있는 관계고, 사건들은 과거와 현재가 마구 뒤섞여 있고, 자꾸 반전을 이곳저곳 집어넣어 놓는 바람에 소화하기가 좀 힘들었다. 여러 번 책장을 앞으로 넘겨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 이런 일을 했고... 아 뭐 이렇게 꼬아놨어!' 불평했다. 그럼에도 소설 자체의 재미는 있어서 끝까지 한 번에 다 읽긴 했다. 굳이 억지로 욱여넣어 정리해 보자면 '아들을 잃고 불행한 부부가 악당의 보험사기에 휘말려 부서지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혹자는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는데, 어... 히가시노 게이고는 엄청난 다작을 하고 이야기 구조가 좀 더 명확해서 이 작품보다는 더 잘 읽힌다. 차라리 정해연 작가님 작품들이 등장인물의 수나 사건의 복잡성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려나... 다작하는 것도 그렇고.
김보현 작가님은 영화 <올빼미>의 원작을 쓰셨다고 한다. 류준열과 유해진이 열연한다고 해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다.
그나저나 프롤로그의 투신 장면은 어김없이 마포대교다. 한강 교량 중 투신 횟수 1위를 놓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냥 다리 양쪽에 높은 펜스를 설치하면 안 될까 생각했다. 실제로 투신이 몰리는 다리는 난간을 높이는 공사를 통해 자살 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