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옌
소설의 화자는 작가 자신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고모이다. 그녀는 작가 모옌의 실제 고모로 산부인과 의사이자 '계획생육'의 실무자이다. 고모는 새로운 서양 의술을 익힌 산부인과 의사로서 누구보다 생명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1965년 가오미현 공사의 계획생육 지도분과 부과장이 되어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책임자가 되자 인권(자연 윤리)보다는 국권(국가 윤리)에 충실한 도살 집행자가 되고 만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조카이자 소설 화자인 커더우의 아내마저 죽음으로 몰고 간다. 끝내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그녀는 퇴직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죽인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 인형으로 빚으며 속죄의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런 고모의 속죄와 참회의 기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은 단순히 사필귀정, 인과응보의 전통적인 결말을 거부한다.
그것은 '계획생육'과 또 다른 형태의 생육인 '대잉 ‘, 즉 대리모의 문제로 연결되면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설의 화자인 커더우는 첫째 부인인 왕런메이가 고모의 집도하에 낙태 수술을 받다가 죽은 후 고모의 조수였던 샤오스쯔와 재혼한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갖지 못하자 '황소개구리 양식장'이란 간판을 걸고 대리모 사업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커더우의 소학교 동창인 천비의 딸 천메이의 배를 빌려 아이를 얻게 된다.
소설 말미에 붙은 극본은 중미 합자 자바오 산부인과 소아과에서 천메이가 미친 듯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찾아 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뜬금없이 텔레비전 연속극 「가오명주」의 촬영 현장이 나오고, 돌연 촬영 무대인 현청에서 아이의 소유권을 안건으로 재판이 열린다. 송대 개봉부 판관 포청천처럼 판관 역할을 맡은 가오명주는 진짜 모친인 천메이 대신 샤오스쯔의 손을 들어준다. 증인으로 등장한 고모는 자신이 직접 샤오스쯔의 아이를 받았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마지막 9장에서 고모는 스스로 검은색 밧줄에 목을 매달았으나 커더우가 발견하여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녀가 묻는다.
"샤오스쯔, 젖 나와?"
"풍풍 잘 나와요."
"얼마나?"
"샘물처럼 솟아요."
이렇게 해서 소설의 화자는 '계획생육'에 대해서도, 대리모에 대해서도 끝내 비난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주인공인 고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속죄와 참회만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