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
‘말’보다 ‘만난’에 더 비중을 크게 둔 에세이. IMF+20대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 정착한 작가가 30여 개의 프랑스어 단어를 통해 프랑스 사회, 정치, 생활 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요즘 난 25년 전에 수박 겉핥기로 배웠던 프랑스어를 재미 삼아 다시 공부해보고 있다. “넌 오늘 사무실에서 일하니?”,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교회가 있어. “, “난 샐러드랑 감자를 둘 다 먹고 싶어. “ 정도의 간단한 문장 수준까지는 돌아왔다. 이왕 시작한 공부 좀 더 열심히 해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원어로 읽어볼까 아주 잠시 꿈을 꿨지만 현생이 바빠서 일단 보류...
여하튼 그 공부를 어플을 통해서 하는데, ”반가워요. 난 마리고 이쪽은 내 와이프 줄리아예요.” 라며 여-여 부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자끄와 폴 부부는 아이가 여섯 명 있다. “ 고 남-남 부부가 등장하며, ”우리는 같이 살지만 결혼하진 않았어.” 라며 동거 문화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저 먼 동쪽의 작은 단일민족 국가에 사는 나에겐 이런 차이가 먼저 와닿았다.
프랑스 사회도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사르코지-마크롱 시대를 거치며 부자들을 위한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하지만, (LVMH 회장 사위가 그 유명한 르몽드의 소유주. 마치 홍석현이 중앙일보를 가진 것과 흡사하다.)
Il fait beau. (오늘 날씨 좋다. beau는 ‘아름다운’) 라며 좋은 것들을 아름다움과 연관시키며,
따뜻한 마음을 담은 Bonjour (그 유명한 봉쥬르. 미국인의 형식적인 Good morning과는 느낌이 다르다는 개인적인 해석)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말해주고,
Pardon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뭐라고요?, 미안해요, 다시 말해줄래?, 지나갈게요 등등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을 입에 붙이며 거리를 두고,
Je m’en fous (I don’t care, whatever 정도로 해석) 혹은 On s’en fout (Who cares? Doesn’t matter 정도)라며 개인주의적 성향도 보이는,
신기하고 알 수 없는 프랑스란 나라가 좀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