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이평재, 김종광, 방현희, 최옥정, 방민호, 양진채 외 5명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선명하게 기억난다. 동대문 국립의료원 담장 옆의 작은 순댓국집에서 후배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벽에 매달린 작은 티브이에서 침몰한 배의 모습이 보이고 대다수였나 전원이었나 구조했다는 오보를 보며 “야 저게 무슨 일이냐 타이타닉도 아니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던 내 모습. 그 식당의 하얀 벽과 동그란 테이블이 기억난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처가에서 몸을 풀며 아기를 돌보던 아내와 이게 무슨 일이냐고 나누던 대화도 기억난다.
그 뒤의 이야기는 뭐… 다들 아시는 바와 같다.
3년 뒤, 일요일 아침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깨워서 목포로 출발했다. 팽목항까지 5시간 정도 달려가서 인양된 배와 슬퍼하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고 돌아왔다. 낙지탕탕이를 먹고 목포의 무슨 빵집에서 빵을 몇 개 사서 6시간 걸려 집에 오니 세 가족이 모두 뻗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또래 아이들이 어느덧 20대 후반이 돼서 사회의 단맛 쓴맛을 보며 살고 있을 텐데, 너희들은 어떻게 지내니? 귀신이나 영혼은 없다고 믿지만 너희들의 혼은 어딘가 있어서 남은 사람들 곁에 있으면 좋겠단다. 이태원 친구들이랑도 함께..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두고 집단 광기라며 조롱하는 글이나 사진을 보면 심히 안타깝다. 심지어 비슷한 세대의 친구들이.. 대체 무엇이 저 친구들의 공감능력을 앗아갔을까? 오직 대학을 목표로 경쟁과 낙오를 당연하게 만드는 교육시스템? 분배보다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정책? 자극적 콘텐츠만 남발하고 사고기능을 정지시키며 거짓과 블러핑과 비교열위가 넘쳐나는 수많은 소셜미디어? 핵가족/1인가구 증가로 인한 기본적인 배려와 양보를 배우는 가족기능의 쇠퇴?
단지 자신의 슬픔이 아니라면 무관심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굳이 조롱과 비하를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처럼 남기고야 마는, 과연 자신의 작은 손해와 아픔에도 이런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런 안타까움에도 서윗남 나셨다고 또 조롱을 하겠지만 굳이 한 마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주절거려 본다.
책 자체는.. 그냥 슬픈 내용.. 있을 법한, 없으면 더 좋았을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