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러츠
뉴스에서 올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멘트에 ‘감소면 감소라고 쓰지 왜 성장이란 단어를 쓰는 거야’라고 종종 생각해 왔다. 그 어떤 정부나 회사도 성장이란 단어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뉴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항상 성장하다가 잠깐 멈췄구나'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이다.
은행이 수많은 톱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면서 대체 뭘 광고하는 걸까? '힘이 되겠습니다', '새로운 금융 어쩌고 저쩌고', '어부바 어부바...(어쩌라고)' 이렇게 광고하면서 막상 은행 앱 들어가 보면 쓸모없는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카드, 보험, 은행, 인증서 앱이 모두 따로 있는데, 이게 다 IT 인건비 아닌가?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4대 시중은행 평균 급여가 1.x억이고 퇴직금으로 10억을 받아갔다는 뉴스가 매년 등장한다.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번 돈을 아이유, 차은우, GD, 유재석한테 가져다 바치고 우리 서민들은 저들의 얼굴을 보는 값으로 비싼 대출이자를 은행에 가져다 바친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newspeak’와 ‘doublethink’를 섞어 만든 <doublespeak>라는 제목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중 언어 사용, 즉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대중을 속이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인문학, 시, 소설이 아닌 보도자료가 문장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들거나 부정의 부정의 부정, 어려운 단어의 사용 등으로 듣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분명 뉴스의 대상이나 작성자에게 의도가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왜 80년대 사례들만 계속 나오는지 의아했는데, 1989년에 쓰인 글을 이제야 번역해서 출판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의도를 가진 이중 언어 사용 케이스는 더 정교하게 발달해서 대중을 속이고 있다. 광고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30년 전에 분석한 아래 글이 마치 어제 쓴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도움이 된다"
정복하다, 중단하다, 제거하다, 끝장내다, 해결하다, 치료하다, 치유하다 같은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일단 ‘~에 도움이 된다’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 앞에는 어떤 말을 붙여도 괜찮아진다. ‘도움이 된다’가 뒤따르는 모든 표현의 의미를 약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마술의 비밀은 이것이다. 교묘한 말인 ‘도움이 된다’ 다음에 나오는 주장은 대개 너무도 강력하고 극적이기 때문에 당신은 ‘도움이 된다’라는 말을 잊어버리고 오직 극적인 주장에만 집중하게 된다. 광고에서 거기 담겨 있지 않은 메시지를 읽어내는 셈이다. 특히 광고주는 당신이 광고에서 읽어낸 주장에 아무 책임이 없다. 그렇게 유도하기 위해 광고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도움이 된다’라는 문구는 광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에 속한다. 어떤 광고에서는 “젊어 보이는 외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지만, 운동, 휴식, 충분한 영양 섭취, 주름살 제거 수술을 비롯해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많다. 특히 이 광고는 해당 제품이 당신의 젊음을 유지해 준다고 말하는 대신 “젊어 보이게” 해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젊어 보이는 외모도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게는 젊어 보이는 외모가 다른 사람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치약 광고는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충치를 예방해 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빼먹지 않고 이를 닦고, 설탕이 든 음식을 피하고, 매일 치실을 사용하는 것도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어느 액체 세제 광고는 “집 안 세균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세균을 죽인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한 어떤 세균을 죽이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도움이 된다’라는 교묘한 말은 워낙 유용하기 때문에 ‘싸우다’나 ‘제어하다’ 같은 다른 동작 동사(두 동사 모두 교묘한 말이다)와 흔히 결합된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비듬 증상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 샴푸 광고의 주장을 생각해 보자.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비듬의 원인이나 비듬 자체가 아니라 비듬 증상을 (없애거나 저지하거나 끝장내거나 치료하는 게 아니라) 제어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비듬 증상이란 무엇인가? 광고는 의도적으로 정확히 말하지 않지만, 이 광고에서 언급되는 증상은 보통 비듬과 관련된 각질과 가려움증이다. 하지만 아무 샴푸든 사용해서 머리를 감으면 이런 증상은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이 샴푸도 다른 제품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 제품의 효과를 보려면 정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사용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매일? 매주? 매시간? 다른 샴푸를 ‘정기적으로’ 사용해도 효과는 똑같다. 이 광고의 주장 어디에서도 이 특정한 샴푸가 비듬을 저지하거나 없애거나 치료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이 광고는 실질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갖 교묘한 말을 구사한 덕분이다.
잡지와 신문, 라디오와 텔레비전 같은 여러 매체에 나오는 광고를 듣고 보다 보면 온갖 제품 광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쓰이는 걸 알게 된다. “~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하게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구를 얼마나 자주 접하는지 확인해 보라. 광고에서 ‘도움이 된다’라는 교묘한 말을 찾아보기 시작하면 높은 출현 빈도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사용하는 광고의 주장을 분석해 보면 그 광고들이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빠르게 작용하는”
‘작용한다(act)’와 ‘효과 있다(work)’도 광고 분야에서 인기 있는 교묘한 표현이다. 제품과 광고의 주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기침 조절 중추에 작용하는 시럽 기침약”이라는 광고를 보게 되면, 그 시럽 기침약이 어떤 작용을 한다고 주장하는지 자문해 보자. 실제로는 단지 ‘작용한다’, 즉 뭔가를 한다고 말할 뿐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기침 조절 중추’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광고에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빠르게 작용한다”, “예방 작용을 한다” 같은 문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표현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지 않는다. ‘작용한다’라는 말 자체가 구체성이 없는 공허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효과 있는”
광고에서 ‘작용한다’라는 표현이 보이지 않으면 대신 ‘효과 있다’라는 말을 볼 가능성이 크다. 두 표현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 “~에 효과가 있다”, “~와 같은 효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같은 문구를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효과 있다’라는 표현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단지 어떤 효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뿐이다. 실제로 어떤 효과인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이 역시 의미가 비어 있는 표현이다.
“마법 같은”
광고주들은 소비자가 제품 자체보다 더 크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기 위해 “~같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 표현은 마술사가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스킨 크림 광고에서 “복숭아 크림 같은 피부를 위한 제품”이라고 말한다고 하자. 이 문장은 실제로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피부가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단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와인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 광고는 와인의 맛이나 품질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프랑스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소비자는 그 이미지에 끌려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같은”이라는 표현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제 AI의 발전으로 굳이 이중화법을 써서 속일 필요도 없이 아예 쉽게 거짓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속지 않고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무얼 하며 깨어 있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