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어린이들

오유신

by 김알옹

12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그 귀하다는 초등학교 남성 교사의 에세이집.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어린이들의 다양한 면면을 그려냈다. 요즘 유행하는 '다크 심리학'처럼 '다크 어린이'의 좌절, 슬픔, 아픔, 혼란, 고통, 분노를 교실에서 함께 느낀 선생님이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균형 있고 다양한 관점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느껴져서 거부감 없이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


작가님 본인이 돌봄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랐고, 가난에 고통스러워했으며, 학교폭력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이 항상 순수하고 귀엽고 착한 면만 있다는 관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교실에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글을 통해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설움과 고통이 해소되는 의도치 않은 효과가 있어 보인다.)


책 중간에 김소영 님의 <어린이라는 세계>가 어린이들에게 흐뭇함과 감동을 느끼며 어른들이 위로받으려 한다는 시도고, 거긴 학교가 아니고 집안 사정이 좋고 심성이 좋은 어린이들만 갈 수 있는 독서교실이기 때문에 '순한 맛' 책이라고 까는 내용이 나온다. 굳이 넣을 필요 없는 말 아니었나 싶지만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이해한다. 독서교실에 비하면 학교는 정글이기 때문이다.


6학년에 올라간 아이의 학급에서 기초학력평가를 치렀는데 수학 점수 평균이 90점이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 학부모회의에 다녀온 아내가 전해줬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참 열심히 (학원에서) 공부하고 다들 순해서 올 한 해가 (아주 수월하게 흘러갈 거라고) 기대된다며 흡족해하셨다고 한다. 같은 반에 다크 어린이가 표면적으로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방심하면 안 된다. 중학교에서도 방심하면 안 되고 고등학교에서도 방심하면 안 되고 대학교에서도 방심하면 안 되고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방심하면 안 된다. 항상 더듬이를 바싹 세우고 살아야 한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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