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송길영

by 김알옹


지난 <핵개인의 시대>와 <호명사회>를 읽고 난 후에 느낀 피로감을 그새 잊은 듯 다시 펼친 시대예보. 결론을 정해놓고 다양한 케이스들을 붙여서 결론을 강화하는 방식의 익숙한 패턴에 책장이 잘 넘어간다.


시대예보 시리즈들의 통찰을 의식적으로 일상과 일에 적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늦었다. 시대의 흐름에 서핑하듯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아마도 극소수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평생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저자는 외친다.




매일 아침 클로드에게 데일리 브리핑을 시킨다. 내 이메일과 일정과 대화기록을 훑어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꼼꼼히 알려준다.

회사가 에이전트를 대신 만들어줬다. 이제 모두에게 비서가 생겼음.


영국인, 인도인과 오후에 회의를 해야 하면 회의의 배경, 예상 질문, 내가 던질 질문, 해야 할 일 등을 미리 준비시킨다. 회의 중엔 실시간 통역 기능도 무척 잘 작동하지만 미미한 영어실력이 퇴보할까 봐 쓰지 않는다. 회의 직후 작성해 주는 회의록은 거의 예술의 경지다. 계약서 검토? 껌이다. 어떤 이슈가 회사 정책에 부합하는지 판단? 30초면 진단이 끝난다. 내 일자리는 사실 없어져도 큰 문제없을 만한, 대체 가능한 자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매일 든다.


하지만 AI가 책을 대신 읽어주진 못하고 내 시간을 대신 보내줄 순 없잖아? 그리고 너는 잘 쓰면 잘 썼지 이런 뻘글은 못 쓰잖아. 남은 인생 몇천 권의 책을 읽겠다는 내 목표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불안해할 필요 없다. 나에게 뭐라도 남겠지. 읽는 게 좋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는 노인이 되자. 그런 노인이 되려면 회사에 꽤나 오래 다니며 근로소득을 모아야 하는데...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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