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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부 사신의 영생

류츠신

by 김알옹

드디어 다 읽은 삼체.


20241231_114749.png 우린 사실 3부에 나온다우..


12월엔 긴 여행을 다녀오느라 전자책으로 읽었다. 집에서는 최대한 바른 자세로 책을 읽으려 책상에서 독서등을 켜놓고 읽지만, 잠들기 전 스마트폰 보는 건 전 국민의 공통 행태라 나도 다르지 않다. 그걸 피하고 싶어서 여행 중엔 할리우드 영화 부부처럼 가운을 입고 침대 맡 독서등 아래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는 그림을 그려보며 두꺼운 책 한 권을 가져간 게 하필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였다. 비행기에서 초반 150페이지쯤 읽었는데 '이 빌어먹을 시오니스트는 뭐지?' 하며 다시 펴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전자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2부까지만 읽고 멈춘 삼체가 생각나 3부를 다운받아 전자책으로 여행 중 매일 밤 읽었다.


좌우.png 좌측: 상상했던 여행 중 잠들기 전 책 읽는 내 모습 / 우측: 실제 여행 중 잠들기 전 책 읽는 내 모습


1, 2부는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지만 3부는 그렇지 않았다.


2부에서 증명한 암흑의 숲 이론이 3부에서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며, 그 방식은 먼 우주문명의 신적 존재로부터 차원 축소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1부는 이미 드라마에서 구현된 배 썰기가 압도적 장면이라면, 2부는 삼체가 보낸 물방울이 지구 우주함대를 전멸시키는 장면이 압권이라 아마 드라마 속편에서 다뤄질 것 같다. 3부까지 드라마가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영상화가 된다면 3차원이 2차원으로 축소되며 태양계 전체가 입체에서 면으로 변화하며 멸망하는 장면이 등장할 것 같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광속 우주선을 개발하여 태양계를 탈출하고… 그 뒤는 초고위 우주문명 하나가 광속을 감속시켜 차원을 0차원 밑으로 떨어뜨려 새로운 빅뱅이 일어나 다시 우주를 창조하려는 시도를 한다. 차원 축소 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인공은 초저광속 시대에 광속으로 항해하며 2천만 년을 보내고 다른 소우주에 도착하여 새 빅뱅을 도우려 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결국 인간성과 사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과 함께. (진짜 대충 정리했다. 3부는 읽다가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3부를 읽다 보면 내 삶이 저 우주의 눈 깜빡임 한 번 정도의 가치라도 있을까 하는 존재의 의심이 들게 된다. 이 작고 작은 미미한 지구라는 곳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인간으로 짧은 생을 사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래서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은 벌레인 것인가 하는 허무감이 남는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1,2,3부의 내용들이 이리저리 뒤섞여져 만들어졌던데, 시즌 2를 대체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 같은 범인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드라마 시즌 1에 책 1,2,3부를 교묘하게 다 녹여놨던데 나 같은 평범한 지구인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대단한 상상력이다. 제작자 데이비드 베니오프는 삼체인(지자) 아닐까? ㅋㅋ


3권에 등장하는 물리학이나 천문학 이론이 되게 많은데, 작가님은 이걸 어떻게 다 적재적소에 풀어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소설 중간중간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좀 있다.) 원래 본업은 발전소 컴퓨터 엔지니어였다는데, 나라면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매일 시간이나 죽이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이 분은 어떻게 이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책을 썼을까? SF 소설가가 진정한 문이과 통합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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