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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배수아, 문지혁, 박지영, 예소연, 이서수, 전춘화

by 김알옹

배수아 <바우키스의 말>


수상작. 평론가들만 알아볼 수 있는 뭔가가 있나 보다. 독자는 이게 대체 어쩌자는 내용인지 통 이해할 수 없다. 의도를 알 수 없고 모호하고 맺고 끊음이 없어서 읽기 싫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대중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 아닌 것 같다.


문지혁 <허리케인 나이트>


20250120_171811.png 용마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망. 모교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이 작품집에서 나의 원픽! 문지혁 작가님은 주로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들었는데 읽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하던가… 내가 졸업한 학교가 등장하여 꽤나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졸업한 사람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곳이지만 졸업생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내용이었다. 작가님은 내 선배님이라는 생각에 반가웠다. (원래 선후배 따위 챙기는 학풍이 아니긴 함)


소설 자체는 누구나 이런 비밀 하나쯤은 있을 거라는 동질감에 또 반가움을 느꼈다. 쥐어짜낸 반전이긴 하고 허리케인이 몰려오는 밤 이후 갠 날씨라는 배경을 장치로 사용하긴 했지만 재미있으면 장땡이지!


이렇게 자기 성장 환경을 배경으로 삼아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 안 가게 쓴 소설을 읽으면 ‘나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막상 써보라고 하면 한 글자도 못 쓰겠지?


박지영 <장례 세일>


2023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들어있어서 이미 읽어본 작품. 인생 내내 세일된 가격처럼 살아온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든 잘 팔아보려 애쓰는 아들의 노력이 가상하여 부의금 좀 넣어 드리고 싶다.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좀 정돈된 고속도로 같이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비포장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나아가는 느낌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에 키우던 개를 데려와 난장판으로 만드는 결말 장면 안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조문객들의 모습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느낀 기분이었다. (그걸 노린 걸 수도… 작가님의 단편집 <사랑과 결함>은 저 덜컹거림이 너무 과해 멀미가 날 지경이라 읽기를 멈췄다.)


이서수 <몸과 무경계 지대>


작가님의 전작 <마은의 가게>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더 싫다. 그러니까 음 나는 2010년대 이후로 소설의 주류로 올라선 퀴어/페미니즘 주제의 작품을 아등바등 소리쳐 외치는 느낌 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전춘화 <여기는 서울>


조선족 작가가 조선족이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주제로 소설을 써 문학상을 타다니… (중국 동포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더라) 뿌리 깊은 단일민족 고정관념이 읽는 걸 방해한다. 외국인 차별까지 갖춘 나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함께 침몰할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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