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야 (二十四夜) 중 첫날
밖에서 숨을 내쉬면 입김이 나오는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그만큼이나 새하얀 안개가 살포시 번져 나왔다가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이런 날이면 확실히 블랙커피보다는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나 카페 라테 같은 커피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고, 한번 테이블에 착석한 손님들은 카페의 온기에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기 마련이라고 추측해본다. 손님으로서 나도 그랬으니까. 손은 더 바빠지고, 집중력은 더 필요로 하는 날이라는 의미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바람을 피하고 싶어서 종종걸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부지런한 사장님께선 이미 출근하셔서 음악을 고르고 계셨다. 음악도, 팟캐스트도 좀처럼 듣지 않는 나는 우리 사장님 덕에 음악적 식견을 반강제적으로 넓히고 있는 중이다. 티비를 틀면 흔히 들리는 클래식 음악이나 중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곡을 제외하고는 클래식 음악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이런 공짜 수업이 어디 있나 싶기도 하다.
“어 왔어? 많이 춥지?” 사장님께서 생긋 웃으며 먼저 인사하신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나도 사장님의 인사에 공손히 답한다.
“야! 사장님이라고 그만 좀 해. 너 자꾸 이러면 확 잘라버린다.”
자르긴 무슨, 내가 있어서 지도 좋으면서.
“그래 일터인데 제가 어찌 감히.” 나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우 정말.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실 거예요, 네?” 사장님이 존댓말로 응수하신다.
“여기서 일하는 내내요.”
절대 질 수 없다.
“아주 내가 살살 기어야지, 살살 기어. 아니 무슨 사장님은 무슨, 친구끼리.”
이 얘기 지금 벌써 일주일을 넘게 했다.
“어휴 친구끼리라니요 사장님. 엄연히 빠른 연생이시고, 원래대로면 저보다 학번도 높으셨어야 하는 분을 어찌 감히.”
“와, 언제까지 이러나 보자 미, 너.”
사장님은 오늘도 나 때문에 골치 썩을 예정이시다.
우리 카페 사장님 윤보미는 내 고등학교 시절 친구다. 학교가 아니라 입시 학원에서 만난 친구. 빠른 연생이지만 재수생이어서 나와 나이가 같다. 친구의 이름도 미로 끝나고, 내 이름은 외자 미인지라 학창 시절에 우리가 붙어 다니면 사람들이 우릴 미미라고 불렀다. 보미 사장님은 참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사람이다. 평상시에 연락이 잘 안 되면 몰라도 내가 어디에 있든, 나도 까먹고 있던 내 생일을 귀신 같이 챙기고, 내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려 했던 모친상도 어떻게 알았는지 장례식장까지 버선발로 뛰어와서는 날 챙겨줬다. 사흘간 날 안아주었던 유일한 사람이다. 보미는 대학 시절 전공 공부도 잘했고, 연애도 잘했고, 자기 일도 참 잘 챙기면서 나까지 챙겨준 고마운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고.
“나 오늘 음악만 골라놓고 나가야 돼. 혼자 가게 볼 수 있지?”
“어, 그럼요.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어어? 어? 방금 어라고 했어? 이렇게 다 트이는 거야. 이제 너 금방 사장님 소리 그만한다. 너.”
글쎄,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말을 놓는데도 거의 한 달이 걸렸어서 사장님 말씀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빨리 음악이나 고르고 갈 길 가셔요, 사장님.”
“얘 봐라,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지금 나보고 나가라고. 이 엄동설한에.”
“갈 길은 제가 급한가요, 사장님께서 급하시지.”
존댓말을 해도 아직 손님이 없으니 이렇게 장난을 조금 치는 것은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보미는 오늘 또 내가 처음 듣는 곡을 골랐다.
“사장님, 저희 좀 대중적인 음악 좀 틀면 안 되나요?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뭐 이런 거. 오늘 12월 1일인 건 아시죠? 지금 다른 가게들은 다 캐롤 나오는데요.” 진짜다. 다들 가게를 하얗고 빨갛고 초록으로 장식하고 음악은 캐롤을 튼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왠지 캐롤의 리듬이 보이는 것 같고.
“다들 캐롤로 일색인데, 지겹잖아. 그래도 우리 바리스타 선생님 의견 참고해서 겨울 느낌 물씬 나는 곡으로만 골랐어요.”
내가 몰래몰래 커피 레시피를 살짝 다르게 하면 몰라도, 음악 리스트만은 손을 댈 수가 없다. 사장님만의 성역이니까.
“아 네. 지금 이건 뭔데요?”
“이건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신데렐라> 중에 겨울 요정이라는 곡이예요. 겨울답지요?”
뭐 신비로운 듯 띵 띵 띵 하는 악기 소리도 들리고 눈송이가 보이는 듯 하긴 했다. 첫곡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사장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다 됐다. 이거 건들면 우리 사이 끝이야, 끝, 알지? 오늘 하루 잘 부탁해, 해 일찍 지니까 너무 추우면 난방 더 틀고. 집 들어갈 때 안전 귀가 잘하고!”
“네 사장님, 명령 받잡습니다.” 나는 또 장난기를 듬뿍 담아 장난감 병정처럼 경례한다. “충성.”
“이 무슨 군사주의적 인사는 또 뭐야. 하여간에. 나 간다!”
보미는 그 특유의 넓은 보폭으로 성큼 성큼 걸어 사라졌다. 보미가 틀어놓았던 겨울 요정이라는 곡은 보미와 함께 우주 저 멀리 음표가 흩어지고,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독일어로 된 제목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직 손님이 없으니 나는 공책을 펼치고 단어들을 외울 작정이다. 통번역 대학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다급하다. 단어 한 세 개를 외웠나, 카페 문의 벨이 울렸다.
정말 뽀얀 얼굴을 한 사람이 들어선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를 지우개로 박박 지운다 해도 저런 맑음은 아닐 텐데.
“안녕하세요, 저…”
얼굴 말간 손님이 공석 밖에 없는 테이블을 둘러본다.
“지금 영업하시나요?”
나라도 영업 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네. 영업 중입니다. 원하시는 자리 고르시면 되고요. 음료는 제가 자리로 가서 주문받을게요.”
손님은 무진장 안심하는 눈치. 바깥의 한기를 피하고 싶어서였을까? 손님이 메뉴를 보는 사이 나는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고 싶은데 머리에 팍팍 안 들어온다. 주판, abbacus. 이런 단어 누가 쓰냐고 요새. 어떻게든 외워보려 하다 화딱지가 나서 공책을 접고 손님에게로 향했다.
“원하시는 거 고르셨나요?”
“네, 저 근데 혹시 카푸치노 위에 시나몬도 뿌려주시나요?”
“네, 혹시 카카오 파우더가 더 좋으시면 카카오 파우더도 가능해요.”
“아 저는 시나몬 들어간 카푸치노가 좋아서.. 그럼 저 카푸치노 한 잔 부탁드려요.”
내가 아까 얘기하지 않았나, 이런 날은 우유가 담뿍 들어간 걸 고르는 손님들이 많을 거라고. 내 예측이 맞아서 더 진심으로 미소 지어 보일 수 있었다.
카운터로 돌아가 카푸치노를 만든다. 보미가 애써 틀어놓은 음악이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에 가려지지만 어쩔 수 없지. 카푸치노를 만들다 잠시 고개를 들어 오늘의 첫 손님은 무얼 하고 계신지 살짝 쳐다보았다. 무슨 새틴으로 된 신발을 꿰매고 있다. 신발 디자이너인가?
“주문 나왔습니다.”
내가 쟁반에서 카푸치노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손님이 질문을 던졌다.
“저 음악이 너무 좋은데, 지금 나오는 곡은 뭐예요?”
“아, 제가 선곡한 게 아니라서, 잠시만요 확인해보고 알려드릴게요.”
나는 카운터로 돌아가 컴퓨터에서 곡 제목을 확인했다.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 중 안단테 스피나토래요.”
“아 쇼팽이구나. 너무 좋네요 진짜. 요 근방 카페들이 다 캐롤이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만 틀어서 좀 머리 아팠거든요.”
손님과 긴 사담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포문은 손님께서 여셨고, 마침 다른 손님도 없으니까.
“아, 그 곡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네, 일터에서 매일 들어서.” 손님은 신발을 들어 보여주며 수줍은 듯 미소 지었다. “저 춤추거든요.”
“아.” 나는 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뭐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터에서 듣던 곡을 카페에서도 들으면 계속 일하는 기분이라. 근데 카푸치노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잘 먹겠습니다.”
커피를 내려다보자, 그의 연보랏빛 털모자에서 하얀 것이 떨어져 속눈썹으로 내려앉았다.
“아 손님 근데, 속눈썹에 뭐가 묻으셔서요.”
“어머, 정말요?” 손님은 핸드폰의 검은 화면을 거울처럼 보며 속눈썹에 붙은 것을 떼어냈다.
“이거도 직업병이에요. 무대에서 뭐가 묻었나 봐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걸요. 커피 맛있게 드세요.”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갔다. 카푸치노가 그의 입에 닿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인스턴트커피만 열심히 타다가 더 본격적인 커피를 만들려니 솜씨에 큰 자신감이 없었는데, 보미한테 배운 대로 그럭저럭 잘 한 모양이다. 손님은 카푸치노 잔과 살구빛 신발을 계속 번갈아 잡으며 커피를 마셨다가, 신을 고쳤다가 반복했다.
춤을 추는 사람이 무용 신발을 저렇게 만들어야 되는지 몰랐기에 신기했다. 궁금해서 외워야 할 단어들을 잠시 덮어두고, ‘무용 신발'을 검색해봤다. 여러 이미지를 보다가 저것이 토슈즈라고 불리는 신발이고, 손님은 아마 발레라는 장르를 추는 무용수임을 알게 됐다. 영어로는 그 신발을 pointe shoes, 발레 무용수를 ballerina 혹은 ballet dancer라고 표현한다고. 손님 덕에 나의 세계가 더 확장되었다.
관련 글을 읽으며 외워야 할 단어가 아니라 발레와 공연 예술 관련 단어들을 흡수하고 있던 와중, 노트북 너머로 손님의 연보랏빛 털모자가 눈 안으로 들어왔다.
“저, 혹시 음식 메뉴도 있나요?” 출출하신 모양이었다.
그런데 음식 메뉴는 사실 보미 담당. 나는 주방에서는 낙제점을 받는 인간이었고, 어쩌다 보니 페이스트리류도 소진된 날이었다. 보통 보미가 구움 과자를 월요일에 굽는데, 일요일에 이미 구움 과자류가 다 팔린지라.
“아 저희가 보통 구움 과자류가 있는데 오늘은 재고가 소진되어서요,” 아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식사가 필요하신 상황인가요?” 고운 사람의 얼굴에 실망감이 퍼질까 봐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아 뭐 간단하게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실망감이라는 물감이 조금이라도 수채화처럼 번지기 전에 닦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저희 집 근처에 스프랑 샌드위치 맛있게 하는 집 있는데, 저도 아침을 못 먹었거든요. 우리 같이 주문해서 먹을까요?”
“앗, 그렇게 해도 될까요?”
손님의 눈빛이 하얀 솜뭉치 강아지 같이 동그래서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원래 일은 허락받고 하는 게 아니라 저지른 다음에 용서를 구하라고 하더라고요?”
“앗 그런 말이 있어요?”
“네 저희 사장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보미야, 네가 한 말에 너도 책임을 쳐야 할 때인가 봐. 이따 용서를 구할게, 미안.
“사장님께서요?”
이미 동그란 눈빛이 더 동골동골 해졌다.
“네. 저희 카페 사장님께서요. 그럼 괜찮으시면 제가 주문할게요. 그 집 오늘의 메뉴는.. 햄이랑 사과 들어간 샌드위치랑 단호박 수프래요. 괜찮으시겠어요?”
얘기를 하는데 내 배에서 마침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야 너무 감사하죠. 제가 지금 자리 이동하기가 스케줄 상으로 좀 애매해서..”
나는 손님의 동의를 구하고는 수프와 샌드위치를 단박에 주문했다.
위치도 가까운지라, 정말 금방 갔다 올 수 있어서 아예 내가 픽업해왔다. 음식을 보자, 카푸치노를 맛보았을 때만큼이나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 퍼졌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나는 내 몫을 음식을 가지고 다시 카운터로 가려는데 손님이 다시 날 불렀다.
“저희 같이 먹어요. 어차피 지금 드시는 건데, 바리스타님 괜찮으시면 저희 같이 먹어요.”
나는 워낙에 거절을 잘 못하는데, 저리 말씀을 곱게 해 주시면 더 거절을 못 하게 되어버린다.
우리는 같이 앉아서 수프와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단호박 수프가 따뜻하고 달콤해서 바깥바람이 잊혔다.
“저 근데 우리 이렇게 같이 끼니도 나눠 먹는데 통성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손님이 여쭤보셨다.
“아, 저는 장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방하얀이예요. 근데 이름이 저만큼이나 특이하시네요. 혹시 성은 어찌 되세요?”
하얀 씨와 동질감이 들었다.
“실은 성이 장 씨고요, 이름은 미예요.”
“아 외자 이름이시구나. 저도 이름이 좀 특이해서 저처럼 이름 특이한 사람 만나면 막 반갑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전 제 이름 좋아졌어요. 또 지금 하는 역할도 참 하얀 의상 입고 해 가지고.”
“아까 무용수라고 하셨죠? 무슨 공연 하고 계세요?”
이제 정식으로 하얀 씨에게 여쭤볼 수 있어서 마음대로 추측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지나가다가 포스터 보셨을지 모르겠어요. 연말에 주구장창 하거든요.”
“아 본 것 같아요.”
보미가 싫어하는 빨갛고, 하얗고, 초록의 뻔한 크리스마스식 포스터. 나는 하얀 씨에게 더 물었다.
“호두까기 인형이 주인공이예요? 주인공이신 거예요?”
“남자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무용수가 호두까기 인형 왕자이긴 한데, 저는 여주인공은 아니고요. 저는 눈송이예요, 눈송이, 하하. 그래서 하얀이가 하얀 의상 입고 하얀 눈송이 한다고 다들 장난치죠.”
어쩜 사람이 저렇게 속이나 겉이나 다 새하얄까,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싶었다.
“저도 학창 시절에 하도 검정 옷을 많이 입고 다녀서 친구들이 흑장미라고 장난치긴 했는데. 저랑 반대시네요. 그래도 무대에서 춤을 추시고 그렇다니 너무 멋져요. 저는 몸치이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에이 그래도 제가 대단히 스포트라이트 받는 역할도 아니고요. 그냥 군무예요, 군무.”
나는 발레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고운 사람이 군무라 할지언정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할 것 같진 않았다.
“제가 좋아하는 희곡 작품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어떤 이는 위대하게 태어나고, 어떤 이는 위대함을 성취하고, 어떤 이에겐 엉겁결에 위대함이 주어진다.’ 제가 발레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하얀 씨는 아름답게 태어나 아름다움을 더 성취하는 분일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일도 중요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거 아닐까요? 근자감 뭐 그런 것일지 몰라도,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좀 더 즐겁더라고요.”
두서없이 횡설수설 잡변을 쏟아낸 것 같은데, 진심이었다. 하얀 씨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보였다. 어설픈 소리를 쏟아냈는데, 감수성이 깊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너무 멋진 말이네요, 어떤 이는 위대하게 태어나고 어떤 이는 위대함을 성취한다는 거. 무슨 작품이예요?“
“아,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라는 희곡에 나와요.”
“감사해요, 그거 찾아서 꼭 읽어볼게요. 여기 오니까 오늘 좋은 음악 곡도 알아가고, 다음에 읽을 책도 정해지고, 장미씨도 만나고 너무 좋네요.”
“손님께서 좋아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저 그냥 이름으로 부르셔도 되는데.”
“아 제가 말도 잘 못 놓고 뭐 그런 성격이라.”
내 성격이 어디 가기야 하겠는가.
“그럼 우리 차차 노력해봐요! 아 그리고 오늘 식사 값은 제가 드릴게요.”
“아니예요, 어차피 저도 밥 먹었어야 했고 오늘 저희가 푸드 메뉴 소진되었던 거라, 서비스로 생각해주세요.”
“아 이렇게 그냥 받으면 안 되는데.. 저기, 그럼 저희 호두까기 인형 공연 연말까지 하거든요. 저 공연 꼭 보러 와주세요. 제가 티켓 드릴 테니까, 연락처나 뭐 주셔도 돼요?”
“아 네, 제가 적어드릴게요.”
나는 메모지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카페 문이 열리는 벨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오셨네요, 저도 이제 나가봐야 해서. 그럼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우리 여기서 또 봐요.”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이야기다.
“네, 또 뵙겠습니다.”
하얀 씨는 짐을 챙기고, 나는 다음 손님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원하시는 자리로 착석하시면 되고요, 메뉴 보고 계시면 제가 자리로 가서 주문받겠습니다.”
카페를 나가는 하얀 씨의 발걸음에서 왠지 아까 들은 프로코피에프의 겨울 요정 리듬이 보인다. 내가 본 눈송이 중 가장 빛나는 눈송이다.
* 본 단편 소설은 연작 소설 <이십사야> 중 첫 편입니다.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전야까지 매일 한 편씩 업로드되며, 총 24편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