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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지막으로 방문한 전시를 브런치에 남깁니다.
전시는 2025년 2월 16일까지 진행되니까요.ᐟ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현재 본점인 서울과 세 개의 분점(덕수궁, 과천, 청주)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중 덕수궁미술관은 덕수궁 안에 있는 석조전 건물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저는 늘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덕수궁이 오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덕수궁으로 향합니다. 덕수궁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서 가장 처음 마주하는 나무는 어떤 모습일지, 미술관 2층 소파에서 내려보는 수영장은 얼마나 말끔할지, 석조전 건물에서 나올 때 마주하는 파랗고 대칭성이 돋보이는 분수는 어떤 빛을 받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말이에요.
이번 전시는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는 2022년에 오픈했어야 하는 전시가 코로나를 만나 2024년에 오픈된 전시입니다. 2022년이 한•중수교 3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해요.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 중국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의 콜라보. 중국미술관의 소장품 13만 점 중 고르고 고른 30여 점을 볼 수 있었어요. 30여 점을 어떻게 골랐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큐레이터 인터뷰 글을 읽어보니, '반출이 될까?'싶은 그림도 있었다고 해요.
한국작가 69명의 74점, 중국 작가 76명의 74점 중 중국미술관이 소장하는 국가문물급 지정 1급 문물 5점/ 2급 21점/ 3급 6점 등 총 32점의 작품을 볼 수 있어요. 중국은 급을 나누어 작품을 소장하는 듯한데, 그중 1급 문물은 중국 내에서도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눈여겨본 작가와 작품 총 5점을 추려봤어요.
<전우>는 군 입대 후 그린 작품으로, 국전에 출품하기 위해 그렸으나, 군사 정권 체제에 출품하기에 민감한 주제였기에 출품하지 않았다 해요. 너무 힘든 기억은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운다고 하죠. 기억이 지워지는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면 이런 느낌일까요.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작품입니다.
이종상은 소에 안장을 채우는 일꾼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았어요. 그들은 자신이 담당한 일에만 몰두할 뿐 서로 마주 보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죠.
저는 작품의 내용보다 작가의 붓질에 주목했는데요. 작가가 주저하며 깊이 남긴 붓의 흔적과 망설이지 않고 내딛은 흔적이 좋아서 여러 컷 찍었어요.
나이테, 엽전, 떡살, 다식판을 탁본하고 색을 칠해서 콜라주 하는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이에요. 나무의 나이테와 배치한 감각, 색감 모든 면이 좋았어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까지 진행한 전시《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에서도 인상 깊게 본 작가이기도 하고요.
작가가 학생이던 시절, 우연히 탁본 기법을 접한 후 구상에서 추상으로 옮겨 갔어요. 이후 구상이 주축을 이룬 한국미술계에서 파리로 유학을 떠나 고암 이응노(1904~1989)를 만나 그의 소개로 폴 파케티 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어요. 폴 파케티 화랑은 프랑스에 잭슨 폴록을 소개하고 앵포르멜을 선두 했기에, 심경자가 파케티 화랑에서 가진 개인전은 작가에게도 한국추상미술 흐름에서도 의미를 가져요.
한국에서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이어나가야 했기 에, 작가의 유학생활은 2년(1978~1979) 간 이루어졌어요. 한국추상미술, 앵포르멜의 흐름은 주로 이응노, 문신, 한묵 등의 작가를 중심으로 연구되었으며 심경자 작가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요. 너무 늦게 심경자 작가를 알게 된 저를 반성하며 작가의 앞으로 행보를 주목하려 해요.
작가는 김제 금산사를 오가며 스케치하다 논에서 모찌기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렸다고 합니다. 모찌기는 모판에 자란 모를 묶는 일을 말하는데요. 모내기만 알았는데 작품을 통해 '모찌기'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았어요.ᐟ
이숙자 작가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채색화 붐을 일으켰고, 작가의 작가성과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해요. 대표작인 보리밭, 이브, 소도 좋지만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생의 찬미》에서 본 가로 9m가 넘는 <백두성산>이 잊히지 않아요. 42년생이지만 여전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계시는 것도 정말 대단해요.✨️✨️
늘 확인하는 그의 낙관 '그대로 박생광 사천삼백열다섯해'에서 우리의 것을 열렬히 지키려 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말년에 후두암에 걸려 8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민족주의적 성향의 그림을 그린 그는 늘 '단기'를 쓰고 '년'이 아닌 '해'를 써 날짜를 표시했고 이를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ᐟ
✅️중국에서 들어온 귀한 작품!
1층 전시장 초입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1급 문물 다섯 점을 걸었어요. 린펑몐의 ‘물수리와 작은 배’(1961), 우창숴의 ‘구슬 빛’(1921), 쉬베이훙의 ‘전마’(1942),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1955), 우쭤런의 ‘고비사막 길’(1978)이 있어요. 저는 공부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찬양하는 사회주의 미술, 중화주의가 깔려 있는 선전목적의 작품은 불편했어요. 각 조수민족의 사람들이 행복한 혹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있는 작품은 이뻤지만 담긴 생각엔 동의할 수 없었어요.
✅️같은 재료인 먹, 채색물감을 사용해 양국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표현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예요.
한국과 중국은 같은 재료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두 나라의 왕조가 붕괴되고 일본에서 서양의 기법을 간접적으로 혹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직접적으로 들여왔다. 두 나라 모두 소용돌이치는 미술계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며 받아들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수묵화의 세계화'를 위해 단어와 재료, 기법에 관한 용어 정립의 필요성을 교환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해요.ᐟ
ㅇ먹으로 그린 그림, 먹으로 그리고 채색한 그림형식을
- 중국은 묵화, 수묵화, 수묵채색화, 채색수묵화, 채묵화라고 불렀고,
- 한국은 수묵화, 수묵채색화, 채색화로 부릅니다.
ㅇ이러한 형식을 따른 그림을
- 한국은 동양화, 중국은 동방회화라고 부르며
- 양국 모두 한국화, 중국화로 통칭하기도 합니다. (전시도록에서 발췌)
✅️전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
최후의 도화서 화가였던 안중식의 백악춘몽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을 책임진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중국 또한 중국의 개화기부터 근현대까지 작품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리였어요. 저의 안목과 앎의 깊이가 얕아서 알아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 거 같지만 꼼꼼히 봤답니다. 시간에 쫓겨 1,2관까지 밖에 못 봤는데요. 3,4 관도 마저 보고 글 남겨볼게요.
✅️한국화의 전성기... 돌아오려나?!
2022년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생의 찬미> 이후로 한국화(혹은 동양화) 전시가 많아지는 거 같습니다.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점에서 진행한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도 오랫동안 준비한 정성이 대단했고요.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상설전 «한국미술 1900-1960»과 «한국미술 1960-1990» 을 새로! 오픈한다고 해요. 정말 기대되는군요. •´◡`•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