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전시작가 수로만 따지면, 1인 전부터 n인전, 단체전으로 나눌 수 있다. 10년 넘게 전시장을 다니며 전시장과 관련된 사람부터 작가까지 미술 생태계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내년에 2인 전을 할 건데 함께 할 작가를 추천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두 작가의 작품을 높았을 때 서로 이질적이지 않고 한쪽의 작품이 치우친 관심을 받지 않아 조화로운 전시가 되는 작가를 추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2024년 예술주간에 아르떼 케이에서 진행된 임지민, 이희조 두 작가의 전시 < 여덟을 꺼내는 여는 세는 시간 >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전시에 앞서 전시장 이야기를 해보려 하자면, 우리나라엔 상장한 두 개의 미술품 거래 회사가 있다. 하나는 케이옥션 다른 하나는 서울옥션이다. 아르떼 케이와 케이옥션은 갤러리현대를 모회사로 두며, 강남의 케이옥션 건물과 아르떼케이는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좋은 전시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없이 지나치는 길에 좋은 전시를 마주했다. 너무나 잘 어울리면서도 서로의 작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두 명의 작가 임지민, 이희조 작가의 2인 전을 <여덟을 꺼내는 여는 세는 시간>이었다.
임지민, 이희조 작가는 함께 8월을 열어보고 그 안에 담긴 여름의 흔적을 그림으로 남겼다.
이희조 작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 호젓한 시간을 지나 시작된 장마"의 빗소리를 들으며 지난여름에 대한 기억을, 임지민 작가는 길었던 여름의 낮이 짧아지는 것을 느끼며 "계절과 계절 사이의 시간을"을 마주했다.
임지민 작가님은 같은 그림 작가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작업실에서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들을 보다가 무작정 그 장면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돌아가 수 없는 순간과 감정, 손이나 얼굴을 가린 부분을 보고 낯설게 인식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진의 일부분을 잘라서 그리는 크롭페인팅을 그리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영상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2023 더프리뷰 아트페어에서 처음 본 이후, 서촌 드로잉룸에서 진행한 개인전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에서 작가님을 만났다. 그땐 몰랐는데 이번 전시에서 설명을 들으며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종이비행기' '편지' 'ㅇㅇㅇ'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련된 상징임을 알았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차분하게 정제된 슬픔과 따뜻함이며, 작품을 만진다면 약간 거끌거리면서 손을 댄 곳만 약간의 온도가 느껴질 거 같았다.
이희조 작가님은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등에서 사용하던 석판 묘비인 스텔레(stele)의 특성을 차용하여 조각작업을 이어나갔다. 스텔레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존재를 기록해 둔 기념비인데, 조각작품은 새겨진 사물이 담고 있는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저는 최근에 간 베스트 카페를 생각했답니다. 허헛)
지난 몇 개월동안 작가 두 분은 서로의 여덟을 나누며 작품활동을 했고, 이 전시는 그 결과를 담고 있다. 왼쪽은 임지민작가, 오른쪽은 이희조 작가의 작품인데, 임지민 작가 작품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제주도 사진은 이희조 작가 작품 왼쪽 액자 안에 위치해 있는 걸 보면서 우리의 남은 시간도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날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전시를 관람했다. (갑자기?ㅋㅋㅋ
마지막으로 큐레이터님께 들은 임지민 작가님의 메시지 '우리의 삶을 매년 같은 계절이 돌아오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2024년의 봄은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이에요.'를 공유하며 다가오는 생에 한 번뿐인 봄을 즐기러 떠납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