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2022), 괴물(2023)
극장에서 눈물을 참는 건 너무 괴롭고 힘들다.
왜냐하면 일단 옆사람이 함께라면 창피하고, 혼자인데도 어깨까지 들썩이게 되면 똑같이 창피하고, 눈물을 닦다 보면 콧물도 흐르고, 두 눈이 붓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고, 어느새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되고,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스크린 속 장면은 계속되므로, 종국에는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나는 극장에서 잘 울 줄 아는 사람이다. 울고 싶지 않아도 쉽게 눈물이 터져 나와서 입장 전 휴지를 챙기는 사람. 방심했다가는 넉넉하게 챙긴 휴지로도 충분하지 않아서 옷 안쪽까지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는 사람……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모든 영화에 통곡하는 사람은 아니다.
<괴물>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이하 ‘에에올’)는 공교롭게도 광화문 에무시네마에서 관람을 했다. 두 작품 모두 영화관을 나오는 길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에무시네마가 위치한 골목을 따라 큰길로 나와야 했는데, 서대문역쯤 갔을 때도 눈물이 엉엉, 흐르지는 않았고 마른 눈물이 건조하게 굳어갔다. 거울을 보니 코가 아주 빨개져 있었다.
<에에올>은 메가박스였나 CGV에서 본 다음 한참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재관람을 한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 관람했을 당시에는 정말이지,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 참 골 때리네, 내 스타일이네, 하며 깔깔 웃고 감탄을 했다. 그런데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을 때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에에올>이 시종일관 관객의 멱살을 끌고 가는 방식의 영화라는 말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신이 혼미할 만큼 웃다 보면 어느 순간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그라데이션 감동 실화 영화!(실화 아님) 그런데 이 혼미한 장면들이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 봉합되는지 아는 상태에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자, 사소한 요소들이 쉴 새 없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영화를 보고 울지 않는 불효녀 장녀들은 없을 것이라고.
<괴물>은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정보만 안 상태에서, 그렇다면 가족이나 관계에 대한 내용이겠지 정도로만. 그리고 나는 또 류이치 사카모토의 선율을 들으며 오열을 하게 되는데…… 아이고, 아이고, 이 완벽하게 설계된 플롯의 한 방을 보라…….
모든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좋다. 슬픈 영화는 극장에서 보면 더 슬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웃고 싶을 때 팝콘 먹고 싶을 때 도파민을 찾고 싶을 때 극장을 가고 어떤 사람은 남 눈치 안 보고 울고 싶을 때 극장을 가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극장에서 눈물 참기를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흐르는 눈물을 수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눈물을 참는다는 건 불가능해. 여기에 앉아서 저기 있는 화면을 보고 있는 한, 감정을 억누르겠다는 마음은 오히려 모순적이니까. 작동하는 스크린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울고 영화가 끝나면 닦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