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음대1편- 줄리어드 학교 공연 The Juilliard School
뉴욕에서 '예술 ART' 라 하면 보통 미술관을 많이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춤, 문학 등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중에서 '음악'은 뉴욕 필하모닉 같은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지만,
한국과는 조금 색다르게 대학생 리사이틀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학생들 공연이 훨씬 기억에 남고 추천하는 이유는
이제 막 프로의 길로 접어드려는 젊은 루키들의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을 보다 보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음악은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걸 기대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뉴욕의 아트 신(scene)에 대한 공부가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기간 동안 줄리어드 학교 The Juilliard School, 맨해튼 음대 Manhattan School of Music, 매네스 음대 Mannes School of Music, The New School 이렇게 총 세 곳의 학교의 공연을 봤다. 그중에 뉴욕 예술여행- 음악 편 첫 번째로 (가장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줄리어드 음대 공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줄리어드 학교 The Juilliard School
당연히 유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 또한 무료로 진행되는 공연이 대부분이었고 (몇몇 유료 공연이나 미리 신청을 해서 티켓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티켓이 정말 빨리 마감되므로 (한 달 전에 조회해봤는데도 마감이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공연은 대부분 무료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는 공연이지만(리사이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마냥 캐주얼하지만은 않은 공연이다. 관객들 모두 매너 있게 행동했고 연주자들도 아직은 학생이지만 의상도 포멀 하게 입고 연주에 진지하게 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좋았다.
공연 스케줄은 줄리어드 홈페이지에서 Performance Calender 클릭해서 확인할 수 있고
반드시 스케줄뿐만 아니라 View Details 클릭해서 Admissions가 있는지, Ticket Required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https://www.juilliard.edu/stage-beyond/performance/calendar
공연 스케줄은 수시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공연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여행 중간중간에도 확인하다 보면 새로운 공연이 업데이트되니, 계속해서 확인을 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주의할 점은 학생들 공연이기 때문에 방학기간이나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대부분 여름방학시즌인 5월 셋째 주-8월까지) 공연이 없다***
공연 스케줄은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이 대부분 저녁 즈음에 열리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는 오전-오후까지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관광하다가 저녁 먹고 공연 보러 가는 코스로 일정을 계획했다. '오늘 저녁에 뭐하지?'라고 생각이 들 때 한 번씩 들어가서 맘에 드는 공연 있으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치는 링컨센터 뒤편에 있고 실제로 링컨센터 구성원(?)으로 줄리어드 학교가 속해져 있다.(마치 우리나라 한예종 서초 캠이 예술의 전당에 속해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관광하면서 링컨센터 한 번쯤은 들르기 마련이니, 공연 보는 코스로는 나쁘지 않은 위치이다.
이 계단 올라가면 경비아저씨 계시고 가서 공연 보러 왔다고 말하고 공연 열리는 홀 어디냐고 위치 물어보면 다 알려주신다.
가방검사 및 간단한 보안검사를 마치고 공연홀 찾아서 들어가면 된다.
나는 여행기간 동안 총 세 번의 공연을 봤는데
첫 번째는 하프 독주
두 번째는 현악 4중주
세 번째는 더블베이스, 피아노
이렇게 봤다.
특히 더블베이스랑 하프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서 정말 황홀했다.
첫 번째 공연은 하프 독주.
모세 Morse Hall에서 열렸는데 모세 홀은 입구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헤매지도 않았다.
매 공연마다 해당 프로그램 표를 나누어준다. 물론, 아는 곡이 나오면 좋겠지만, 모르는 곡이 나와도
연주를 끝내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마다 설명을 해주기에 공연을 즐기는 데에는 문제없다.
본인이 어떻게 각색을 했는지, 왜 선곡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중간에 있는 중국곡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다가 선택을 하게 되었고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까지
꽤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기에, 공연을 즐기고 연주자를 이해하기에는 전혀 무리 없었다.
(공연 때 연주했던 곡들은 따로 녹음을 하기 어려웠기에 유튜브에서 찾아서 첨부해본다)
Henriette Renié - Ballade fantastique pour harpe
Carlos Salzedo - Scintillation
연주했던 곡들 중 (프로그램 표에서) 첫 번째랑 두 번째 곡이다.
이 아름다운 곡들을 라이브로 들었다니, 너무나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사실 나는 하프 독주는 물론이고 하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맨 앞자리에 있어서 숨 쉬는 것까지 다 관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실 관악기가 아니고서야 연주자가 연주할 때 호흡까지 컨트롤할 줄은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 연주 공연 보면서 연주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온몸을 컨트롤하면서 연주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 중간에는 촬영 금지라서 공연사진은 없지만,
격식 있게 드레스랑 헤어, 메이크업까지 다 준비한 상태로
인사하고 간단한 본인 소개,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서 연주를 시작하는데
덩달아 나도 점잖아지고 허리를 곧게 세우게 되었던 만큼,
이러한 연주자의 태도가 그날 공연의 급을 만들지 않을까 느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연 , 현악 4중주 체임버 공연이다.
아마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접하는 구성일 거라 생각이 든다.
현악 4중주에 나오는 악기들(바이올린 , 첼로, 비올라)은 다들 어렸을 때 취미로라도 배워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구성,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역시나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연주 시작 전에 촬영/녹화/녹음은 금지되어있다고 안내해준다.
(공연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 줄리어드 학생이거나 연주자 친구, 그리고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시니어들이 많다.)
(아! 그리고 저기에 Minji Kim 민지 킴 김민지! 보이시나요? 한국인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한국인 신기해서 말해봤습니다. 허허)
공연의 첫 번째 팀이 연주했던 곡
Maurice Ravel - String Quartet in F major
공연 구성은 프로그램 표에서 보다시피 2곡이고
총 2팀이 공연을 선보였다.
첫 번째 팀은 의상을 블랙 앤 화이트로 맞춰서 입었었고
두 번째 팀은 블랙으로 맞춰서 입었었다!(신발까지 다 같이 블랙! 올블랙!)
자리배치는 두 팀 다 왼쪽 두 명은 바이올린 맨 오른쪽에 비올라 , 그리고 가운데 첼로 이렇게 앉았어서
두 팀을 비교해가면서 연주를 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공연장이 작아서
진짜 학생들 서로서로 눈 맞추면서 호흡 맞추는 게 다 보였고
시작 전에 조율할 때도 빨리 맞출 수 있게 서로 도와주고..
같은 연주자로서, 공연을 하는 동료로서 서로를 아끼는 게 느껴져서 감동스러웠다..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팀으로 무언가를 할 때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주는 동료랑 같이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좋은 동료를 곁에 둔다는 거는 정말 복 받은 일이다.)
그리고 세 번째 공연 더블베이스+피아노
앞서 두 번의 공연이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나는 구성, 연주였다면
세 번째 공연 더블베이스+피아노였다.
피아노가 메인인 공연에 더블베이스가 있는 게 아니라
더블베이스가 메인인 공연에 피아노가 서브로 있는 구성이 보기 드문 구성이었기에 이 공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바흐 슈베르트 그리고 첨 들어 보는 보테시니
사실 이번 공연은 세 번의 공연 중에 제일 관객도 많고 꽃다발 가지고 온 사람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아서 왜 이러나 했는데
알고 보니까 저기 프로그램에 being presented as a partial fulfillment for the requirements of the Bachelor of Music Degree 였다.
그래서인지 끝나고 기념사진도 많이 찍고 꽃다발도 많이 받고 관객 중에 담당 튜터까지 일어나서 박수를 쳐줬는데 오랜 인고의 시간의 결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공연 전에는 저렇게 피아노만 세팅되어있고 더블베이스는 연주자가 직접 들고 들어와서 사진이 없다 )
사실 더블베이스+피아노 조합을 어디 가서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연신 속으로 너무 좋아 너무 좋다 진짜 좋아 만 외치다 끝났다.
Bottesini - Elegy No. 1 in D for double bass and piano
이건 더블베이스 공연에서 맨 마지막에 연주했던 곡
그렇게 3번째 공연까지 모두 마치고,
그리고 줄리어드 학교 홀. 아까 처음에 보였던 계단 올라오면 보이는 소파. 어쩜 소파도 이렇게 이쁜지 모르겠다.
그리고 초저녁의 링컨센터
공연이 8시, 9시 가까이 되어서 끝나서 나오면 이렇게 이쁜 링컨센터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사실 뉴욕 오면 뉴욕 필하모닉 같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렇게 학교에서 하는 공연도 결코 공연의 질이 낮지 않고
오히려 하프 독주, 더블베이스 같은 돈 주고도 찾아보기 힘든 공연들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본인 여행 일정이 허락한다면 한 번쯤은 공연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공연을 진행하고 어시스트하는 스탭 모두 '그저' 공연을 '진행' 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공연자를 'assist' 해주는 역할로 굉장히 책임감 가지고 행동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공연자가 준비가 됐는지부터 시작해서 공연자를 위해 음향, 조명, 악기 세팅까지 전부 공연시간이 딱! 맞춰서 해주는 모습은 단순히 '학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Performer'로 존중해주고
또, 그러한 존중이 공연의 질을 높이고 관객들의 관람 매너를 높여주는 것이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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